세계 예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를 사들인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 당국 관계자와 이번 작품 구입을 잘 아는 중동 미술계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살바토르 문디는 지난달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4억5,030만달러(약 5,000억원)에 낙찰돼 매입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전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메드 왕자가 이 작품의 매입자라고 보도했으나, 바데르 왕자는 유명 인사도 아니고 예술품 수집가나 재력가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궁금증이 더 커졌다.
WSJ는 이날 보도에서 바데르 왕자는 빈살만 왕세자의 대리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리인을 선임해 작품을 사는 것은 신원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구매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보당국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서류상 구매자로 바데르 왕자의 이름이 올라 있는지 모르지만 최종 구매자는 빈살만 왕세자라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먼 친척인 바데르 왕세자는 과거 빈살만 왕세자와 협력해 벤처 사업, 자선 운동을 벌인 바 있다. 또한 지난 1년여간 주요 경매에서 몇몇 작품을 사들이며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WSJ는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가 정치적ㆍ경제적 불확실성에 빠져있는 시기에 미술 작품 구입에 거액을 은밀히 쏟아 부은데 주목했다. 앞서 빈살만 왕세자는 저유가로 사우디가 재정난에 직면하자 긴축 정책을 실시했으며, 반부패 드라이브를 내세워 왕족, 기업가 등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사우디 정치 전문가인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브루스 리들은 “빈살만 왕세자가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시기에 거액을 들여 미술 작품을 사들이는 이미지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살바토르 문디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개설된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 분관에 전시될 예정인 만큼, 빈살만 왕세자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작품을 구매했다는 분석도 있다. UAE는 카타르와 중동의 문화 중심지로서 경쟁해 왔으며, 지난 6월부터 사우디가 주도하는 카타르 단교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UAE의 실질적인 수반인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왕세자는 빈살만 왕세자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를 고민하며 경제 개혁을 구상할 때 멘토 역할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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