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섬 국경처리 논란 여전
영국 내 의견대립 해소가 관건
유럽연합(EU)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영국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1단계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10일을 제시했다. 이 때까지 EU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협상안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들고 와야만 협상 타결이 가능하고, 오는 14, 15일 EU 정상회의를 통해 무역협정 등 논의를 위한 브렉시트 2단계 협상의 가이드라인도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을 대변하는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흰 연기(새 교황이 선출되면 시스티나 예배당 굴뚝에서 나오는 것으로, 어떤 일의 마무리를 뜻하는 관용어)’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EU)는 영국 측이 준비되면 언제든 메이 총리를 맞이하려 하고 있다”면서 “융커 위원장의 말을 반복하자면, 이런 일(메이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로 돌아와 협상을 타결짓는 것)은 이번 주 안에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루 24시간씩, 한 주 내내 일하고 있다. ‘이번 주’라는 의미엔 일요일(10일)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10일을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의 최종 시한으로 못박은 셈이다.
시나스 대변인은 특히 ‘다음 주까지 데드라인이 연장될 수 있다’는 일부 영국 언론 보도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고 부인, 10일이 데드라인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대표들이 11일 브뤼셀에서 만나 오는 14, 15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이 제시하게 될 ‘브렉시트 2단계 협상 진입 허용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최대 쟁점인 아일랜드섬 국경 처리 문제를 둘러싼 영국 내부의 의견 대립을 메이 총리가 해소하느냐에 브렉시트 협상의 성패 여부가 갈리게 됐다. 앞서 융커 위원장과 메이 총리는 지난 4일 브뤼셀 회동에서 1단계 협상 최종 타결을 목전에 뒀지만, 갑자기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국경 문제가 논란으로 불거지는 바람에 결국 합의안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합의에 근접해 있지만, 해야 할 일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메이 총리는 전날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아일랜드섬 국경 문제를 논의하는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양쪽이 모두 지금과 같이 ‘느슨한 국경’을 원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정반대의 구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에 EU 관세동맹이 사실상 유지되길 바라는 반면,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영국과 똑같이 함께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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