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새 정부의 첫 감사원장 후보자에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헌법상 부여된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엄정히 수행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최 후보자도 지명 후 언론인터뷰에서 “감사업무의 직무상 독립성ㆍ공정성을 강화하고 확립해야겠다는 임명권자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 시기 감사원에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라는 데 대통령과 후보자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으로 볼 만하다.
감사원이 엄정한 감사로 공직기강 확립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헌법상 독립기구이지만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4대강 사업 감사가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때 실시된 첫 감사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더니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에 실시한 감사에서는 부실투성이였다고 밝혔다. 같은 사업을 두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려 ‘고무줄 감사’라는 말이 나왔다. 올해 초 감사원이 내놓은 강원랜드 취업비리도 마찬가지다. 당시 발표에는 모 의원 보좌관 청탁이 전부였다. 비리 전모를 파악하고도 정치권을 의식해 결과를 축소한 정황이 뚜렷하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도 감사원에 일단의 책임이 있다. 최근 10년간 감사원은 국가정보원에 대해 한 번도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청와대에 대해선 재무감사만 실시했다. 주요 권력기관들이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은 2015년부터 불거졌지만 손을 놓고 있다가 문제가 커진 지난 6월에야 뒷북 감사를 실시해 위법행위를 밝혀 냈다. 부처마다 적폐청산위원회를 설치해 비리 색출에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감사원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정치 도구화’는 제도의 문제와 내부 개혁의지 결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헌법상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규정된 조항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독립기구화와 국회 이관 등 감사원의 중립성 보장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그에 앞서 감사원 스스로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감사원이 제 역할은 않고 권력 앞에 굴종한다면 하등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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