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휴일ㆍ대규모 금요예배
국제사회 유혈사태 발생 촉각
‘두 국가 해법’ 근간 흔들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중동국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동 평화 유지를 위해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레드라인을 미국이 넘은 셈이라, 국제사회는 유혈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하마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라며 “트럼프는 ‘지옥의 문’을 연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슬림들의 휴일이자 대규모 금요예배가 있는 8일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7일 중ㆍ고등학교에 대대적인 수업거부를 지시하고, 대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에게 서안지구, 가지지구,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지역 등엣 벌어지는 시위에 참여하라고 촉구하는 등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두 국가 해법’을 파괴했다. 이번 조치는 이 지역과 국제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지역 내 극단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슬람 무장집단이 이번 조치를 미국에 대한 투쟁명분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예루살렘이 수도가 되면 이스라엘과 단교하겠다’고 밝혔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198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결정은 중동을 ‘불의 고리’에 밀어 넣을 것”이라며 유혈사태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방안인 ‘두 국가 해법’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6일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합의하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즉각 이를 거부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 지역 공존을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도출된 중재안으로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번 조치로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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