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업상 편의를 봐주고 입점업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2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일부 혐의도 전부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신 이사장은 2014년 9월 아들 명의를 내세워 자신이 실제로 운영하던 유통업체를 통해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위치를 목이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유지해주는 대가로 총 8억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 유통업체를 내세워 그룹 일감을 몰아 받으면서 거액의 수익을 올리거나 일하지 않는 자녀에게 급여 명목 돈을 지급한 혐의,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롯데백화점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총 1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신 이사장의 범행으로 롯데백화점ㆍ면세점 매장 입점업체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적정성, 이를 향한 사회 일반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 4,0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유통업체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받은 돈을 피고인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며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제3자를 통해 이익을 얻어도 배임수재죄로 처벌하도록 형법이 2015년 5월 개정됐지만 신 이사장 범행 시점은 2014년 9월이라 해당 죄목을 신 이사장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받은 돈을 피고인이 받은 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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