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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별장 가서 닭 사료 주라”… 사장은 “친인척 김장 좀 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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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별장 가서 닭 사료 주라”… 사장은 “친인척 김장 좀 도와라”

입력
2017.12.07 15:5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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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출범 한달 간 2000여건 제보

성심병원 노조 설립 등 성과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직장갑질 119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직장갑질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직장갑질 119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 100여명 가량인 기업에 다니는데 회장이 명절에 가족과 여행을 간다고 별장에 있는 닭과 개의 사료를 주라고 시키네요. 업무시간에도 닭 사료가 떨어졌다며 사 오라고 시킵니다.”

“음료 제조 회사인데 사장과 친인척들의 김장을 이틀간 도와야 합니다. 휴가 쓰려는데 김장해야 한다고 휴가를 받아 주지도 않아요. 임원들은 사장 친척들에게 김장한 걸 배달해야 합니다.”

지난달 1일 출범한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1개월간의 성과를 담은 ‘직장갑질, 30일의 기록’을 7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회장 별장에서 닭 사료 주기’ ‘사장 김장해 주기’를 비롯해 직원을 머슴으로 보는 일부 고용주들의 충격적인 갑질 실태들이 담겨 있다. 사장 자녀 결혼식에 동원돼 온갖 잡무를 하고, 사장 딸의 이삿짐 나르기 등에 동원되며, 사장과 식사하면서 턱받이를 해 줘야 했다는 경험도 있었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68번 직장갑질119의 문을 두드렸다. 한 달간 제보 건수는 이메일 676건, 카카오톡 1,330건 등 총 2,021건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임금체불’(20.7%)이 가장 많았고, 따돌림ㆍ폭력ㆍ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뒤이어 19.2%를 차지했다. 휴일근무 등 ‘과도한 노동시간’이 12.1%, 연차휴가ㆍ육아휴직 제한 등 ‘휴게시간 통제’가 8.7%로 뒤를 이었다. 카카오톡 내 익명 단체 채팅방(오픈채팅방)에는 5,600여명이 출입할 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직장갑질119에서 상담을 받은 이들은 “상사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는 등의 감사 메시지를 상담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문제가 심각한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이끌어 내는 성과도 올렸다. 직장갑질119의 폭로로 간호사들의 장기자랑 동원 사건이 드러난 성심병원과 임금체불 제보내용이 심각했던 제주도 유명 호텔 등이 해당된다. 성심병원에 노조가 생기고, 중소병원 간호사들과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이 온라인 모임 조직에 나서는 등 ‘을’들의 조직화도 성과로 꼽힌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스태프는 “직장갑질 119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장기자랑 폐지 등 유사한 갑질이 사라지는 효과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직원들을 하인 부리듯 하는 전근대적인 행태가 만연하다”라며 “‘을’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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