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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통의 맛 지키는 천일염의 이력제

입력
2017.12.07 13: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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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국빈 만찬의 재료로 360년 된 ‘씨간장’과 우리나라 최초의 된장이라 알려진 ‘동국장’이 쓰여 화제가 되었다. 서양 언론들은 미국 역사보다 오래된 재료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재료를 이용한 요리는 오랜 역사에 걸맞게 깊은 맛을 뽐내며 만찬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씨간장이란, 햇간장을 만들 때 종자로 쓰는 간장을 뜻하는데, 만찬에 쓰인 장은 담양의 한 종가에서 제공했다고 한다. 동국장은 고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장으로, 일반 된장보다 맛이 진하고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씨간장과 동국장은 모두 오랜 역사 말고도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의 비법을 철저히 지키고 따른다는 것, 최고의 재료를 엄선해 사용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공통으로 눈길을 끄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땅, 바다, 햇살이 만들어 낸 소금, 천일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씨간장의 경우 천일염으로 죽염수를 낸 뒤 이를 이용해 만든다고 한다. 동국장 역시 메주를 떠서 간수를 뺀 천일염에 3년 이상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이처럼 우리 전통 장에 천일염이 들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에는 미네랄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미네랄은 발효 과정에 작용해 맛과 풍미를 살리고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생성해준다.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이 소금의 종류가 장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한 결과, 천일염으로 만든 장이 정제염으로 만든 장보다 이소플라본 등 건강에 이로운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유익균의 활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류와 같은 발효식품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염장법을 이용했다. 염장을 할 때 사용하는 소금의 종류와 품질에 따라 발효식품의 맛과 풍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예전부터 발효식품에 적합한 소금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하는 천일염은 세계적으로 보면 전체 소금 생산량의 5% 이내를 차지하는 매우 귀한 소금이다. 세계인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귀한 천일염을 저렴하게 얻어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음식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천일염이 최근 들어 저가의 수입 소금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특히 수입 소금이 국산인 것처럼 유통되는 사례도 있어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국산 천일염의 생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천일염 이력제를 시행하면서 국산 천일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천일염을 안심하고 구입하고 싶다면, 천일염 포장에 표시된 고유번호를 천일염 이력제 홈페이지(http://salttrace.nfqs.go.kr)에서 조회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QR코드를 스캔 해보면 된다.

그러나 토종 먹거리인 천일염이 제대로 대우받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 식생활에서 발효 음식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천일염 역시 지금보다는 더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이다.

차윤환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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