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중동 각국 뿐만 아니라 유럽 동맹국 내에서도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어 미국 스스로 외교적 위상 추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견을 통해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면서 "오늘의 발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전임 대통령들은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지킨다"며 "이스라엘은 다른 주권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 주권국가”라며 “이를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평화를 얻는 필요 조건"이라며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평화협정 촉진에 도움이 되도록 깊이 헌신할 것이며, 이러한 협정을 견인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양쪽 모두 동의한다면 미국은 '2국가 해법'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에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작업에 즉각 착수토록 지시했으나, 대사관 이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1995년에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동안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이를 6개월마다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해왔다.
이날 결정은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뒤집은 것으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유대, 기독교, 이슬람교 성지가 겹쳐 있어 민감한 종교적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함으로써 미 행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왔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에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 곳은 이스라엘 뿐이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이자 평화협상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2국가 해법'을 파괴했다"고 성토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그런 정책이 미국과 유럽연합간 유대가 삐걱거리는 이유다”며 “독일의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예루살렘의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외교 장관도 “현명하지 못하고 역효과를 내는 조치”라고 비판했고, 스웨덴 외교장관도 “이번 변화는 분명히 큰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앙적이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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