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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도 모르는 신종 ‘슈퍼노트’ 국내은행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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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도 모르는 신종 ‘슈퍼노트’ 국내은행이 찾았다

입력
2017.12.07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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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전문가 17명에 감별기 4대

지난해 국내 위폐 86% 적발

위폐 감별사 이호중 센터장

“50배로 확대하니 미묘하게 달라

2006년판… 10년은 유통된 듯”

신종 슈퍼노트. 하나은행 제공
신종 슈퍼노트. 하나은행 제공
이호중 위변조대응센터장. 하나은행 제공
이호중 위변조대응센터장. 하나은행 제공

#. 지난 6월 러시아 여행을 떠난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물건을 사기 위해 5,000루블(약 10만원)을 건넸다가 곤욕을 치렀다. 국내 A은행에서 환전해 간 루블화가 위조지폐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 2년 전 B은행은 환전용으로 쓰고 남은 7,000달러 규모 외화를 홍콩으로 수출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홍콩 외환시장에 흘러간 돈이 감별 과정에서 위조지폐로 판명 나서다.

한 해 적발되는 위조지폐만 26만달러(2015년ㆍ미 달러화 환산 기준) 어치를 넘을 만큼 국내에도 외화 위조지폐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지만, 위의 사례처럼 시중은행들조차 이를 걸러내지 못하기 일쑤다. 국내 유일의 위조지폐 감별 전담부서(위변조대응센터)를 운영중인 KEB하나은행이 전세계 사법당국에 아직 보고된 적 없는 신종 100달러 위조지폐(일명 ‘슈퍼노트’)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하나은행은 “국제 공조가 가능토록 정보ㆍ수사당국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한국은행 등과 범정부 차원의 입체적 대응이 가능토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6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도 보고되지 않은 신종 초정밀 슈퍼노트 1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슈퍼노트는 2006년판으로, 흔히 유통되던 1996년, 2001년, 2003년판과 다른 것이다. 은행 측은 “최근 서울의 한 지점에 이 지폐가 흘러 들어와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가짜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거둔 성과의 중심에는 국내 최고 ‘위폐 감별사’로 불리는 이호중(48) 위변조대응센터장이 있다. 그는 1995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위폐감별 업무를 담당하다 실력을 인정 받아 2001년부터 12년간 국가정보원 금융범죄분석담당관을 지냈다.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의 위조방지실무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장기간 현장에서 위폐감별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13년 다시 하나은행으로 스카우트 돼 센터(2014년 설립)를 이끌고 있다.

현재 센터에는 17명의 위폐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고, 3억원대 고성능 감별기도 4대나 있다. 최첨단 시설과 고급 인력 덕분에 2015년에는 국내에서 적발된 외화 위조지폐(26만2,000달러)의 91%(24만달러)를, 지난해엔 86%(전체 15만6,647달러 중 13만4,385달러)를 하나은행이 적발해 내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신종 슈퍼노트에 대해 “지폐에 그려진 인물(벤저민 프랭클린)을 50배로 확대해서 보니 눈매와 입술, 머릿결 등이 미묘하게 달랐다”며 “손때가 묻고 구김이 있는 지폐 상태로 보면 최소 10년은 유통돼 돌고 돌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게 정교한 신종 슈퍼노트는 전세계 적발량(연간 1억~2억달러)의 10% 정도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지폐에 숨은 패턴까지 살려내는 ‘진품 같은 가짜’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1,2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가 단위의 후원이 없으면 사실상 찍어 내기 힘들고, 그 양도 엄청날 것”이라며 “국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의심 가는 우범 국가 등을 찾는데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조차 걸러내지 못한 위조지폐를 해외로 유통시켜 미국 증권거래소 등에서 테러지원단체에 지목돼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는 “이런 가짜 돈들은 마피아 조직이나 우범국에서 쓰일 수 있는 만큼 한해 조 단위 수익을 내는 금융기관들도 위폐 감별에 적극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 위폐를 적발해 내는 것만으로도 세계 금융시장의 큰 혼란을 막을 수 있고 우리나라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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