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생 받을테니 정원 늘려달라”
인근 전북대·원광대 ‘49명’ 눈독
복지부는 “별개 사안” 불가 방침
새학기 3개월 앞, 기약없는 기다림
“의대 커리큘럼 빠듯한데 유급 걱정”
폐교 절차를 밟고 있는 서남대의 49명 의대 정원을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하다. 대학들이 의대 정원 1명을 더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거는 판국에 49명 정원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차지하고 싶을 정도로 탐을 낼 수밖에 없다. 전북대, 원광대 등 인근 의대 운영 대학들은 의대 재학생을 떠안을 테니 정원을 달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의대 정원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는 “마구잡이로 정원을 늘려줄 순 없다”며 버티고 있다. 서남대 재학 중인 의대생 300명 가량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6일 교육부와 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서남대와 같은 전북 지역에 위치한 의대 운영 대학인 전북대와 원광대가 서남대 의대 재학생 286명을 특별편입 형태로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대학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전제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전북대와 원광대는 특별편입생을 받게 되면 강의 증설, 교수 확보 등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는데, 정원 자체를 늘려주지 않으면 예산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북대 고위 관계자는 “서남대 의대생들을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정원도 함께 증원해 줄 때 가능한 일”이라며 “지방 국립대의 교육ㆍ재정 여건이 많이 떨어지는 추세인 데다 편입생 규모도 적지 않은데 어떠한 혜택도 받지 않고 요구만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편입생 수용의 대가로 정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정원 확대를 위한 배수진에 가깝다.
하지만 복지부는 “특별편입과 정원 증대는 별개 사안”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의대 모집정원이 2006년 이후 3,085명에서 늘지 않아 각 대학이 의대 정원에 민감한 상황에서 주먹구구 식으로 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곽순헌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특별편입생 수용 대학에 의대 정원을 늘려주는 식의 직접 연계는 힘들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서남대 정원도 지역 안배를 고려해 할당됐던 만큼 대부분을 전북 지역 의대에 나누는 안 ▦17개 시ㆍ도 중 의대가 없는(세종 제외) 전남 지역에 분산하는 안 ▦복지부가 구상 중인 공공보건의대에 배정하는 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새 학기를 3개월 남짓 앞둔 재학생들은 좌불안석이다. 복지부가 인근 대학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재학생조차 갈 곳을 못 찾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태영 서남대 의대 학생회장은 “결정이 기약 없이 늦춰지면서 불안감이 상당하다”며 “특히 대다수 대학이 본과 1학년 과정인 해부학 수업을 예과 2학년 2학기에 선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빠듯해 커리큘럼이 엇갈린 채로 조정 없이 편입하게 되면 유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관련 대학 중간에 끼여 있는 교육부도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복지부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폐쇄명령 행정예고가 끝나는 7일 이후 복지부를 비롯 인근 대학 및 재학생 등과 최선을 다해서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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