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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EU,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지정은 조세주권 침해”

입력
2017.12.07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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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아닌데 유럽 기준 강요

“1년 전부터 명단 작업했는데…

정부, 대처 제대로 못해” 지적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한국을 사실상 조세회피처 국가로 분류한 것을 두고 근거 없는 일방적 조치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제 조세규범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조세회피처 취급을 받은 정부도 “조세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6일 “EU의 결정은 국제 기준에 부합되지 않고 국제 합의에 위배될 뿐 아니라 조세주권 침해 우려도 있다”고 반박했다. EU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한국 미국령사모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그레나다 괌 마카오 마샬군도 몽골 나미비아 팔라우 파나마 세인트루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토바고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등 17개 국가 또는 지역을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으로 지정했다. 조세 문제에서 EU의 제도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곳이란 뜻이다.

EU는 한국 지정 이유에 대해 “유해조세제도를 갖고 있고 2018년말까지 없애거나 고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한국의 어떤 제도가 해로운 것인지, 어떻게 고쳐야 명단에서 풀어줄 것인 지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었다. EU는 한국의 경제자유구역과 외국인투자지역의 세제 혜택이 유해조세제도에 해당한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조세제도는 제도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국내ㆍ국제 거래에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부는 이번 지정이 매우 일방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주요20개국(G20)을 통한 국제 공조를 매우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EU에 “제도개선을 같이 논의하자”고 제의했음에도 EU가 한국에 특별히 설명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명단을 발표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OECD나 G20 기준에선 금융ㆍ서비스업에 한정해 유해조세제도를 판단한다”며 “제조업에 기반하는 한국의 외국인 투자지원제도는 지난 9월 OECD에서 유해조세제도가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또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 자체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조세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세제실 관계자를 현지에 파견해 경위를 파악하기로 했다.

EU가 역외 국가에 일방적으로 횡포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민간단체 옥스팜의 아일랜드 지역 책임자인 짐 클라켄은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EU가 이번 기준을 자기 회원국에도 적용한다면 아일랜드 몰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도 리스트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당장 한국에 가할 수 있는 제재나 불이익은 특별히 없다. 다만 EU가 1년 전부터 명단 지정 작업을 했음에도 제대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고 결국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것을 두고서는 정부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왜 다른 나라도 외국인 우대제도가 있는데 한국만 문제가 됐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등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노출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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