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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 파벌싸움까지···삐뚤어진 10대 청소년들의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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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 파벌싸움까지···삐뚤어진 10대 청소년들의 ‘팬덤’

입력
2017.12.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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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게티이미지뱅크
그림 1 게티이미지뱅크

특정 인물 등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팬덤’(fandom)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10대들의 팬덤은 집단 따돌림(왕따)과 파벌싸움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실 10대 청소년들의 팬덤이 주요 문화로 잡은 지는 오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10년 중학교 1학년 남녀 학생 2,3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4%는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팬덤 문화가 극단적인 형태로 빗나간다는 데 있다. 실제 10대 청소년들이 ‘입덕’ (팬에 입문한다는 은어)을 할 때, 지지하는 특정 인물에 대한 관심 보단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금천구의 A중학교에 재학 중인 정모(16)양은 “새 학년이 되어서 새 친구를 만나면 먼저 어느 그룹을 좋아하는지부터 묻는다”며 “그러면 같은 팬덤끼리 무리를 이뤄서 바로 친구가 된다”고 전했다.

특정 팬덤에서 나오는 것도 쉽지 않다. A중학교에 다니는 이모(16)양은 “지난 여름에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에서 탈퇴했지만 친구들에게 배신자로 찍힐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친구들에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팬덤에서 적용되는 규약 또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특정 아이돌 그룹의 한 구성원만 좋아한다 해도 내색은 금물이다. 다른 구성원들까지 모두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왕따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아이돌 그룹이 아닌 또 다른 아이돌 그룹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불허된다.

팬덤을 다른 대상으로 갈아타는 ‘철새’의 경우엔 왕따로 가는 지름길이다.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는 B모(13)양은 “C모 아이돌 그룹에서 D모 그룹으로 갈아탄 이후 친구들과 많이 멀어졌다”며 “특히 라이벌 그룹으로 팬덤을 갈아타는 것은 역적으로 취급 받는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진영의 팬덤 집단끼리 파벌 싸움을 벌이는 것도 다반사다. 안양시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E(14)모양은 “우리 반에서 F모 그룹을 좋아하는 한 친구가 E모 그룹 사진을 찢은 일이 있었다”며 “각각의 그룹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서로 원수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삐뚤어진 팬덤문화는 경제적인 부담까지 가져오고 있다. 지난해 G모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었다는 고교생 김모(17)양은 “팬사인회에 한 번 당첨되기 위해선 앨범 20장 구매는 기본이다”며 “팬사인회 참석을 목적으로 앨범을 사는 데 100만원까지 쓰는 일은 흔하다”고 귀띔했다. 현재 아이돌 그룹의 앨범은 한 장에 1만5,000~2만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일수록 개개인들의 특성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명화 숙명여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청소년기는 부모의 영향력에서 또래문화 소속 여부로 관심사가 이동하면서 또래문화의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이다“며 “특히 또래 간 압력이 강하게 작동을 하는 이 시기에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기획들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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