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서울~LA노선 변경
북한의 계속된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직접 봤다는 민간항공사 승무원들의 목격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찌감치 안전을 우려해 항로를 바꾼 사례까지 확인됐다.
6일 채널 뉴스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싱가포르항공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 조치로 지난 7월부터 서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을 오가는 항공기 항로를 변경했다. 이날 항공사 대변인은 “선제 조치를 한 덕분에 우리 항로는 북한의 미사일 궤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항공기 승무원들이 북한 미사일 추정 물체를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승객 안전이 우선인 만큼 필요시 다시 항로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화성-15형 발사 당시 CX893편에 탑승한 승무원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홍콩으로 돌아오던 중 일본 상공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것으로 보이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북한 미사일 발사 당일 런던행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니가타(新潟) 해역을 지날 때 항공기 기장 등이 150㎞이상 떨어진 장소에서 “밝게 빛나는 불덩어리와 같은 것”이 낙하하는 장면을 봤다고 전했다. 보도를 종합하면 화성-15형이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점을 전후해 인근에서 항로를 비행 중이던 항공기는 적어도 4대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가입 당사국은 미사일 발사처럼 민간 항공 및 선박 항행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행동이 예상될 경우 관련 정보를 사전 통보해야 한다. 북한은 1997년 ICAO에 가입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2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4호’ 발사 이후 미사일 발사 계획을 ICAO에 알리지 않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