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유엔 사무차장 리용호 면담
“北 긴장보단 대화전환 모색” 분석
대화 주장 中도 지원 가능성 커
美는 일단 “메시지 전한 것 없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도발을 반복해온 북한의 초청에 따른 방북인 데다 유엔 차원의 제재와 함께 대화 재개를 주장해온 중국의 직간접적인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 이틀째인 6일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을 면담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8일까지 평양에 머물면서 자신의 대북 채널인 리용호 외무상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심사는 그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할지 여부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면담이 성사될 경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일단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확연히 갈린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펠트먼 사무차장이 어떤 종류든 미국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갖고 간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이후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방북한 펠트먼 사무차장이 미국과 북한 간 중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날 “명백히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도 했다. 반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이 한반도 핵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추진하는 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키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미중의 현격한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을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북한이 먼저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을 추진했다는 점으로 미뤄 북한이 추가적인 긴장 고조 대신 대화 국면으로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펠트먼 사무차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인연이 깊고 한반도 문제에도 적잖이 관여해왔으며 자신의 친정인 미 국무부와 끈이 닿아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북한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아닌 현직 유엔 고위관료를 매개체로 택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국제사회의 공인된 기구를 통해 대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중국의 대북 해법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범위를 벗어난 대북제재를 반대해온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반대하는 6자회담 대신 유엔을 대화 재개의 틀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다즈강(笪志剛)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 등 중국의 일부 관변학자들은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유엔의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중국도 이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북한의 유엔 고위관료 초청을 전후로 북중 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북미 간 직접대화를 바라는 북한으로서는 유엔 차원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의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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