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분야 64조원 규모 거래, 넷플릭스 대항마 탄생 가능성
부친ㆍ형에게서 독립하려는 제임스 차기 디즈니 CEO설까지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1세기폭스의 문화산업부문을 인수하는 역사적 ‘빅딜’이 진행 중이란 보도가 지난달부터 연일 미국 언론을 흔들고 있다. 최근에는 폭스 내부의 역학관계가 이런 예상외의 거래를 가능케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구체적 정황도 공개됐다. 디즈니와 폭스 문화부문의 합병은 문화콘텐츠 분야의 초대형 괴물 탄생을 의미한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디즈니는 현 세계 1위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를 견제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거대 괴물로 성장한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폭스와 디즈니는 폭스의 일부를 디즈니에 넘기고 약 600억달러(65조원)를 대가로 지불하는 빅딜 합의에 근접했으며 이르면 다음주에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폭스는 지난달 초부터 디즈니를 비롯한 다양한 업체에 문화산업부문을 통째로 넘기는 거래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폭스가 넘기고자 하는 영역은 폭스의 영화 제작 스튜디오, 내셔널지오그래픽ㆍFX 등 비보도 분야 방송채널, 영국 스카이TV의 일부 지분 등이다. 인수에 나선 다른 후보로 통신사 컴캐스트 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미국 언론은 이만한 대규모 거래 능력을 지닌 기업은 현실적으로 디즈니뿐이라며 빅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간 기업 인수로 덩치를 불려 왔던 폭스가 순식간에 판매자로 돌아선 배경에는 폭스를 이끄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86) 일가 내 역학관계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루퍼트 머독은 할리우드 산업에 흥미를 잃고 폭스뉴스를 중심으로 보도 매체에 집중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머독 일가 차남인 폭스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머독(45)은 부친과 폭스의 이사회 대표를 맡고 있는 형 라클런 머독(46)으로부터 독립해 디즈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전개에 따라서는 2019년 은퇴 예정인 밥 아이거(66) 현 디즈니 CEO의 뒤를 이어 디즈니-폭스 ‘대제국’을 자신의 손으로 주무를 수도 있게 된다.
디즈니 입장에서도 이번 인수는 긍정적이다. 디즈니 산하 문화콘텐츠의 덩치가 커지면서 2019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에 내세울 상품이 늘어나기 때문.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폭스와의 거래로 디즈니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의 지분 대부분을 획득하게 된다는 데 주목했다. 이론상으로는 디즈니가 견제 대상으로 보고 있는 스트리밍 업계 1위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자사와 폭스에서 공급하는 영상을 훌루로 돌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디즈니가 폭스 부분 인수에 성공해 판권 괴물로 거듭난다 해도 전문분야를 넘어서 신규 산업에 진출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기에 넷플릭스와 정면충돌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4일 “디즈니가 새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해도 자사 상품을 전부 독점 공급하는 서비스라기보다는 디즈니 팬들을 위한 (자사 상품을 망라한) 명품관 성격이 아니겠느냐”고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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