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시아 순방때 도발 자제…
협상 가능한 상대로 생각”
“미국 도시 운명 김정은에 맡길 수 없어”
비이성적 우려에 군사옵션 경고
미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사 결정을 ‘이성적(rational)’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김정은이 이성적이라면 미국을 공격하는 자기 파괴적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북핵 문제에서도 합리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이 그를 비이성적으로 간주한다면, 군사적 해법의 시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관과 군 당국이 김정은을 '이성적 행위자'(rational actor)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김정은이 더 위험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는 데도 매번 그런 위험까지는 감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중국의 19차 공산당 대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 도발을 자제한 것도 이런 판단의 근거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외교를 통해 김정은의 행동을 바꾸고 전쟁 위협의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한 전직 관료는 "우리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은을 협상이 가능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쯤 선제적으로 뭔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와 달리, 미국이 김정은을 이성적 행위자로 보는 믿음이 그렇게 확고한 것은 아니다. 최근 “북한과의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누구도 미국의 도시를 김정은의 이성적 의사결정에 맡겨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큰 걱정은 그가 이 무기들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북한의 핵 보유 위험성을 우려했다. 그는 그간 여러 차례 “시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맥매스터 보좌관의 언급에선 김정은을 비이성적으로 보는 시각이 담겨 군사옵션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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