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은
대사관 이전 보류 행정명령 계속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표하면 잠재돼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불씨가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예루살렘 지위 문제는 이-팔 갈등의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상징성 때문에 양측이 모두 ‘수도’로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제사회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동안 예루살렘에 대한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주권을 인정해 오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공식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86개국이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둔 국가는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
미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이스라엘의 최종적 지위를 향후 이-팔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국제적 합의를 깨뜨리는 행위로 해석될 것이며, 실제 대사관 이전이 이뤄지면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독자적 주권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로 간주될 것으로 분석했다.
예루살렘이 이-팔 분쟁의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동성지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원래 팔레스타인의 땅이었으나 기원전 11세기 히브리인들이 이곳에 왕국을 세웠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유대교의 성지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이슬람 역시 예언자 마호메트가 이곳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승천했다고 믿고 있다. 특히 동예루살렘의 작은 언덕인 성전산은 종교적 갈등의 진앙이나 다름없다.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에 세웠다는 바위돔 사원과 알 아크사 사원이 이곳에 있어 무슬림들에게 성지로 여겨지지만, 유대교에서도 이곳은 아브라함이 아들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려했던 곳이라며 ‘솔로몬 성전’터로 추앙하고 있다. 2000년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인 아리엘 샤론이 알 아크사 사원을 전격 방문하면서 무슬림의 2차 인티파다(봉기)가 발생했고 이는 희생자 수천명을 내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 무렵부터 팔레스타인의 자살테러가 등장했는데 이는 예루살렘 지위문제가 가진 폭발성을 함축한다.
유엔은 1947년 팔레스타인을 분할하면서 예루살렘을 누구의 관할도 아닌‘국제적 도시’로 남겨뒀다.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서예루살렘을, 요르단이 동예루살렘을 관할하게 되지만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점령해버린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불법점령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동예루살렘을 미래 수도로 상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는 1980년 7월 ‘예루살렘은 분리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라는 내용의 예루살렘법을 기본법으로 제정했지만, 유엔 안보리는 즉시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모든 회원국 외교관을 예루살렘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미국 의회는 이스라엘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1995년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예루살렘 대사관법’을 통과시켰으나 이 법을 만들면서 대통령이 6개월마다 대사관 이전 문제를 보류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시켰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모두 대사관 이전을 보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왔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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