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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투자처 찾는 탐방단 밀물

입력
2017.12.06 16:4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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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호찌민 시내에 자리 잡은 미래에셋 베트남 객장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 베트남 법인은 지난 6월 자본금을 2배로 늘린 데 이어 연초 대비 3배 많은 직원들을 채용해 급증하는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6일 호찌민 시내에 자리 잡은 미래에셋 베트남 객장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 베트남 법인은 지난 6월 자본금을 2배로 늘린 데 이어 연초 대비 3배 많은 직원들을 채용해 급증하는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22만4,000명. 지난해 동기(13만2,000명)에 비해 무려 69%나 증가했다. 11개월 누적치도 216만명을 기록, 연말까지 방문객 수는 24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154만명이 다녀갔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한국인들을 베트남으로 끌어들이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동절기 관광과 휴양 목적의 방문이 많은 데다, 진출기업 증가와 그에 따라 늘어난 주재원과 가족의 이동 외에도 최근에는 베트남이 주식과 부동산 등 소규모 투자처로 각광받기 시작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자 관광’ 급증

호찌민시에 있는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6일 “최근 들어 특수목적관광(SIT) 형식으로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이 급격히 늘고 있다”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최소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수목적관광은 여행사가 제공하는 기성 패키지상품이 아닌 맞춤형 상품으로,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일정이 만들어진다. 이 관계자는 “탐방단, 사찰단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건설 현장, 산업공단들을 둘러보는 일정 중간중간에 관광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렌터카 업체 관계자도 “탐방객들이 지난해까지 몇몇이서 어울려 베트남을 찾다 올해에는 10명 내외로 확대된 게 특징”이라며 “16인승 미니버스를 작년보다 배로 늘려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따뜻한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베트남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코참) 등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러시를 이룬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지난달 30일 호찌민과 하노이에서 베트남 경제 전망 세미나를 연 데 이어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코참)은 12일 창업ㆍ투자 세미나를, 13일엔 더벤처스가 베트남 현지 투자 세미나를 진행한다. 각종 투자설명회에 참가하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코트라) 관계자는 “기업들은 물론, 각종 협회와 단체, 지자체, 학교 등에서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퐁시에 위치한 산업단지 ‘딥 C’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신문에 광고를 내서 사절단을 모집하고 현지교통비를 지원해야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면서 “지금은 ‘일단 갈 테니, 시간을 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진출한 기업체 방문 등 이름을 붙이기 힘든 소규모의 현지 탐방 행사는 수도 없이 열린다. 하이퐁시 한국계 호텔 썬플라워 빌리지 관계자는 “2, 3개월 전에 예약해야 묵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왕이면 노후까지

베트남으로 이렇게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우선 베트남의 성장전망이 그만큼 밝기 때문.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 ‘포스트 차이나’의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점, 1억명에 육박하는 소비시장, 평균 연령 30세의 젊은 인구, 한국과 유사한 문화 등이 그 배경이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관계자는 “한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성공한 교민들까지도 베트남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추운 날씨를 피해 몇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곳을 찾는 예비 은퇴자들에게도 베트남은 인기”라며 “은퇴, 노후를 위해서도 나쁘지 않은 투자처”라고 소개했다.

실제 베트남 주식의 대표 지수인 VN인덱스는 올 초 627에서 지난 5일 953으로 마감, 45% 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배당률(액면가기준)은 49% 수준에 이르는데, ‘얼마를 묻어놓으면 매년 몇 달씩 와서 생활하다 갈 수 있는 비용은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함께 안락한 삶을 꿈꾸는 선진국 은퇴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끄는 나라 중 하나다.

호찌민 부동산 컨설팅사 한국인 담당자는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의 소개나 성공 사례를 듣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 구입시 단순 시세 차익이나 임대료 수익뿐만 아니라, 실제 거주까지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는 이들이 증가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계절 내내 따뜻한 날씨 외에도 저렴한 물가, 가사도우미를 두고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점이 거론된다.

대기업도 여전히 베트남

베트남으로, 베트남으로 향하는 이 같은 분위기는 중견,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2017년 제11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라오스 비엔티엔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상기업 코라오(KOLAO)의 모기업 코라오홀딩스도 이름을 엘브이엠씨(LVMC) 홀딩스로 바꾸고 본사를 베트남으로 옮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를 사업현장에서 여는 것도 본사를 다른 나라로 옮긴다는 점은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베트남이 그만큼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FDI) 금액은 81억7,835억달러. 일본(89억3,778억)에 비해 약간 적지만 누적액(1988년~)은 575억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각 프로젝트별 사업 규모는 평균 888만달러로 일본(1,373만달러)에 크게 뒤처지고 중국(674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규모 투자자들도 많다는 뜻이다.

베트남 투자 물결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내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역내 상품관세가 사라지고, 유럽-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FTA)도 발효가 예상되는 만큼 아세안은 물론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베트남이 더욱 유리한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몰릴 때가 정점’이라는 말이 있지만 베트남의 성장 여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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