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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 트럼프, 중동 화약고에 기름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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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 트럼프, 중동 화약고에 기름 붓다

입력
2017.12.06 16: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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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지지층 이탈 막기 위해

대선 공약 앞세워 무리수

팔ㆍ사우디 등 정상에 통보

“극단주의자들 손에 놀아날 것

이전 결정 수용할 수 없어“

중동 국가들 거세게 반발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업 관계자들의 회동에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업 관계자들의 회동에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정세의 화약고나 다름없는 예루살렘 지위와 관련,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키로 해 중동 국가들이 즉각 반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중동을 극단주의 발흥 및 폭력 상태의 위기로 몰고 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동맹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고에도 백악관은 대선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결국 러시아 스캔들로 취약해진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골수 지지층만 바라보는 선택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부 갈등을 넘어 국제적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 1시(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견을 갖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텔아비브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할 것을 국무부에 명령할 계획이라고 백악관 관계자가 5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대사관 이전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사관 부지 확보, 보안 문제 해결, 재원 확보 등으로 (실제 이전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미국 대통령으로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은 처음으로, 70년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깨뜨린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대선 핵심 공약을 이행한 것”이라면서 “(이스라엘 수도로 기능하는) 예루살렘의 역사적이고 현재적인 리얼리티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슬람계엔 사실상 유대, 기독교 근본주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고, 역설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의 공간을 열어놓았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아바스 수반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사관 이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이 밝혔다. 요르단, 사우디 등도 일제히 미국 주도로 진행되어온 평화 중재 노력이 훼손될 뿐 아니라 전세계 무슬림을 자극하는 위험한 조치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6일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가 주최한 외교컨퍼런스에 참석한 네타냐후 총리도 중동의 반발을 의식한 듯 연설에서 아랍 국가와의 관계 개선만을 강조할 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선 철저히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반대에도 무리수를 두는 것은 지지층 결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기독교 복음주의 및 친이스라엘 세력의 지지와 후원을 얻기 위해 대사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엔 공약 이행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대사관 이전을 연기했을 때, 트럼프 캠프에 2,500만 달러를 기부한 카지노계 거물 셸던 애덜슨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국정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데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더욱 옥죄어 오는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이들이 선호하는 정책에 더욱 매달리는 모습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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