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100만원 호가 숙박비
“15만~25만원으로 낮추겠다”
모텔ㆍ펜션 일부 인하 동참에도
평창 23%ㆍ강릉은 30% 머물러
하루 51차례 KTX까지 운행돼
업계 “대규모 공실 날라” 불안감
최근 강원 강릉의 일부 모텔과 펜션 업자들이 하룻밤 숙박요금을 15만~25만원으로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1박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바가지 요금으로 평창 올림픽 흥행의 걸림돌로 지목되자 자정차원에서 숙박요금을 내리기 시작했다.
한 업자는 “기대와는 달리 요금을 내려도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아 걱정”이라며 “이제는 대규모 공실 사태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강원지역 숙박업소가 바가지 요금 역풍에 빠졌다. 올림픽 기간이 다가올수록 부르는 게 값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반값 숙소 등 자정노력에도 예약률이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일 강원도가 올림픽 개최 도시 숙박현황을 점검한 결과, 개ㆍ폐회식과 설상 종목이 열리는 평창지역 내 관광호텔과 모텔, 펜션 등 숙박업소들의 평균 예약률은 23%에 불과했다. 2,253실에 달하는 펜션의 예약률은 10%를 갓 넘는 수준이었고, 모텔의 경우 전체 1,461실 가운데 24%인 357실 예약되는 데 그쳤다.
아이스하키와 쇼트트랙, 피겨 등 인기종목 경기가 몰려 있는 강릉도 마찬가지다. 모텔과 여관 6,939실 중 숙박계약이 완료된 객실은 1,986실로 예약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한 민박과 펜션의 예약률도 각각 21%, 15%에 불과했다.
최근 모텔과 펜션의 하룻밤 숙박요금이 15만~25만원까지 내리기는 했으나, 연초부터 이어진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만이 쌓여 올림픽 관람을 아예 취소하거나 일정을 당일로 변경하려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림픽 기간 중 KTX열차가 서울에서 강릉을 하루 51차례 운행할 예정이어서 당일 관광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강릉의 한 모텔업주는 “터무니없는 요금을 받으려는 일부 업소 때문에 지역전체가 바가지 업소로 매도되고 있다”며 “올림픽 기간 중 예약 문의가 끊기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일부 업소들이 단체ㆍ장기관광객을 받기 위해 개인고객 예약을 꺼리는 것도 숙박 예약률이 저조한 원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숙박업계는 “올림픽 기간 중 반짝 특수는 물건너가고 대규모 공실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가격인하를 호소하고 있다. 손정호(69)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시지부장은 “지역 내 업소 400여곳 가운데 90%가 넘는 업소가 반값 숙박요금에 동참했음에도 예약 문의가 뜸하다”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 나머지 업소들에 대해서도 관광객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까지 가격을 내리고 단체예약을 받아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도에 이어 강릉시도 바가지 요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는 ‘공실정보 안내 시스템(http://stay.gn.go.kr)’에 등록하지 않은 업소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요금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터무니 없는 요금을 요구하는 업소에는 건축법과 주차장, 공중위생, 소방시설 등 적용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신축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불법 숙박업소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한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지나간 버스에 손을 흔드는 일이 없도록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숙박가격을 관광객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까지 안정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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