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물려받은 옛집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보문관광단지에서 2㎞가량 떨어진 경북 경주시 천북면의 한 시골마을. 이곳엔 문화와 예술이 흘러 넘치는 민박집으로 유명한 자닮소가 있다. 자닮소는 자연을 닮은 소박한 집이라는 뜻이다. 공무원이었던 이승진(53ㆍ사진)씨가 10년 전부터 민박집을 운영하며 문화예술의 밀알로 만들고 있는 곳이다.
이씨는 “시골 마을의 작은 민박집도 훌륭한 문화예술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씨가 민박집을 하게 된 것은 10년 전부터다.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귀향했다. 주변에선 모두 말렸다. “공무원만한 직업이 어디 있냐”며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특히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심했다. 민박집을 하려던 집이 증조부 때부터 물려받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꿈꾸어 온 ‘꿈의 무대’를 만들겠다는 이씨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이씨는 “학창시절 풍물패에서 활동하며 배인 끼를 주체할 수 없었다”며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막상 일은 벌였지만 녹록하지 않았다. 오래된 농가주택인지라, 요즘 사람들이 맘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리모델링 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막막했다. 집안 눈치 보며 시작했는데 그대로 주저 앉을 순 없었다. 보일러를 놓고 현대식 화장실을 설치하며 하나하나 꾸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곳에서 작은 결혼식까지 열린다”고 자랑했다.
자닮소에서 가장 큰 방은 놀이패들의 방이다. 동호인들이 정기적으로 연습과 공연을 한다.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공연을 하니 아무래도 시끄러울 수 있다. 처음엔 주민들과 약간의 트러블도 있었다. 지금은 나의 최고 응원군이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이웃사촌임을 절감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자닮소를 거점으로 비영리사단법인을 설립, 지역의 민간 공연예술의 한 축을 맡겠다는 각오다. “경주의 관광산업은 체험 관광으로 급변하는데 문화예술분야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농가민박을 이용해 지역 최고의 민간 예술공연의 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