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서 방출된 외국인선수 브람/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지난 5일 OK저축은행 배구단의 홈구장 안산 상록수체육관은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분주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OK저축은행은 V리그 3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기존 외국인 선수 브람 반 덴 드라이스(28ㆍ벨기에)를 방출하고 마르코 페레이라(30ㆍ포르투갈)를 영입했다. 이날 팀은 KB손해보험에 2-3으로 역전패했지만 마르코는 23점을 올리며 성공적인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구단은 경기 시작에 앞서 마르코의 입단식을 치렀다. 장내 아나운서가 마르코 페레이라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고 홈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다. 이어 경기 중 마르코의 득점이 터질 때마다 재생되도록 준비한 응원곡도 흘러나왔다. 경기장 안에서 몇몇 팬들을 만났고 이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안산 고잔동에서 왔다는 한 20대 여성 홈팬은 “브람이 방출됐다는 사실을 기사로 봤다”고 하며 손가락으로 선수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경기장 반대편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기존 브람의 대형 사진 현수막 대신 벌써 마르코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내 생각에 브람이 꽤 잘했던 것 같은데 너무 갑작스럽게 (외국인 선수가) 교체됐다. 오늘 홈경기까지는 치를 줄 알았다”며 내심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옆에 앉은 다른 여성 팬 역시“짧은 시간이었지만 팬들이랑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5일 새로 교체된 마르코 페레이라 현수막/사진=김의기기자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브람은 올 시즌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로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으며 기대를 모았다. 12경기에 출전해 평균 24득점을 올리며 득점 5위에 랭크됐고 공격성공률은 50.71%를 기록했다. 1순위에는 걸맞지 않은 성적이지만 최하위 팀을 이끌며 고군분투했다. 구단이 브람을 방출하며 내놓은 이유는 홈 팬들의 아쉬움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브람이 못해서 교체를 한 것은 아니다. 팀에 무언가 계기가 필요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교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도 이날 “국내 선수들의 컨디션이 바닥이다. 리더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브람 방출 배경을 언급했다. 침체된 팀 분위기 전환용으로 외인 교체를 택했다는 뉘앙스로 들리는 대목이다.
팀 성적을 지상과제로 삼는 구단 입장에서는 방출과 교체 등에 합리적 이유가 따른다. 팬들은 구단의 사정을 이해하고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번 브람과 작별 방식에 대해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짧았지만 브람이 팀에 헌신한 노력을 고려해 인사를 할 기회 정도는 줬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구단은 지난달 26일 브람에 방출 사실을 통보했다. 브람은 “한국전력전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 아닌가”라고 하며 30일 한국전력과의 원정경기에 출전해 24득점을 올렸다. 홀로 고별전을 치른 브람은 지난 3일 벨기에로 떠났고 그의 빈 자리는 KB손해보험의 외국인 선수 알렉스 페레이라의 친형 마르코가 곧바로 채우게 됐다.
안산=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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