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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야 미안해… 학생들이 안전한 나라 꼭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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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야 미안해… 학생들이 안전한 나라 꼭 만들게”

입력
2017.12.06 11:4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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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중 숨진 이민호군

가족·친구 배웅 속 모교서 영결식

제주지사·교육감 등 추도사

“어른들 왜곡된 욕심 때문에…”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 직후 영정을 든 유족들이 이군이 공부하던 교실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 직후 영정을 든 유족들이 이군이 공부하던 교실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친구 민호야, 잘 가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허술한 현장실습제도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고(故) 이민호군이 6일 가족들과 친구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면서 하늘나라로 떠났다. 악몽 같았던 사고가 발생한 지 28일, 이군이 숨진 지 18일 만이다.

이군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 9시부터 모교인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제주도교육청장으로 엄수됐다. 유가족을 비롯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장례위원, 학교 관계자와 이군의 친구·후배들, 원희룡 제주지사 등 30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고인 약력 보고, 조사, 추도사, 고별사, 헌화와 분향 등의 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군의 친구들을 대표해 나선 강진우(19)군은 “잘 웃던 친구 민호야. 결석 한번 없이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민호야.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다짐하던 민호야. 너에게 하고픈 약속들이 너무 많은데 너를 안타깝게 떠나 보내야 하는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고 애통해 했다. 이어 “이제 너를 이 세상보다 더 따뜻하고 포근한 세상으로 보내려고 한다”며 “너의 웃는 얼굴을 우리들은 가슴 깊숙이 영원한 기억으로 간직할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 교육감은 추도사를 통해 “어른들의 왜곡된 욕망과 이기심이 당신의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다”며 “당신이 떠나는 길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사력을 다해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테니 하늘에서 우리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이군의 영면을 기원했다.

원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다시는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고인을 편히 보내드리는 길이라 믿는다”면서 “모든 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 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 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결식 후 이군의 유가족과 장례위원 등은 영정을 들고 이군이 생활하던 기숙사와 교실을 둘러봤다. 이어 이군을 태운 영구차는 학교 진입로에 두 줄로 도열한 이군의 친구·후배들과 정든 학교를 뒤로하고 장지인 제주시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숨진 이군은 지난달 9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음료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의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이군은 현장에서 4분가량 방치되다 함께 실습을 나온 친구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이군은 병원서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이어오다 결국 사고 열흘 만인 같은달 19일 끝내 숨졌다. 이군의 유족은 그동안 사고업체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면서 장례일정을 미뤄오다, 지난 2일 업체 측의 사과를 받아들여 장례를 치르게 됐다.

이군의 사고 이후 특성화고교생 현장실습의 안전 문제와 과도한 노동강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일 내년부터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교육 중심의 현장실습으로 전환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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