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부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1990년대부터 그린 유화 개인전
글 더한 ‘그리운 날의 풍경’도 출간
“글과 달리 그림은 느낌에 맡겨”
영원한 문학 기자, 박래부(66)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이 화가가 됐다. 1990년대부터 그린 유화를 모아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림 50점에 글을 보탠 책 ‘그리운 날의 풍경’(한울)도 냈다.
책은 그리움을 찾아 다닌 기록이다. 그리운 풍경과 사람을 쓰고 그렸다. 붓질은 침착하고 필치는 여전히 따뜻하다. “나에게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릴 적 풍경이나 변하긴 했으되 다행히 그 때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풍경들이 소중하다. 그리움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도 같다. 그리움은 미화되거나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지니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이제 와 왜 그림일까. 실은 평생 그림 주변을 맴돌았다고 한다. 대학 시절 친구 화실에 다니다 군에 입대하면서 그만뒀고, 복학한 뒤론 소묘 수업을 도강하다 포기했다. 1980년대 말부터 약 5년간 한국일보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를 하면서 그리움이 더 커졌다. 다시 붓을 들게 된 건 당시 초등학생인 아들 덕분이었다. 학부모 작품전시회에 그림을 내라기에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형(작고)에게 물려 받은 10년 묵은 유화 도구를 꺼냈다.
본격적으로 그린 건 2008년부터다. 한국일보 논설실장, 심의실장 등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언론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퇴진 압박을 받다 물러난 뒤 시간이 많아졌다. 붓과 물감, 캔버스를 들고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낯익고 평범한 풍경에서 아름다움 찾는 풍경화를 주로 그린다. 새로운 표현 방식보다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 헤맨다. 덥거나 추워도 야외 작업이 즐겁다. 몇 시간 내리 몰입하면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문명의 흔적을 묘사하고 모방하는 작업은 기쁘기도 하지만 또한 경건해야 하는 일이다.”
평생 펜을 들고 산 박 전 이사장은 붓 예찬론자가 됐다. “글쓰기가 훨씬 더 고통스럽다. 글에 비해 그림은 생각은 짧고 몰입은 길다. 글은 머리를 짜내야 하는 반면 그림은 느낌에 맡기고 머리가 즐기는 대로 하면 된다.” 펜으로 한국 언론사에 진한 발자취를 남긴 그는 붓의 대가가 되고 싶은 걸까. “문학도, 미술도, 내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느낀다. 욕심 내지 않는다. 그저 되는 만큼 쓰고 그리려 한다. 이번 전시는 내 그림을 지인들에게 편하게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 문의 (02)736-1020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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