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어제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나흘 동안 리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달 말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유엔 최고위급 당국자의 방북이 국면 전환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유엔 고위급 인사의 방북은 2011년 발레리 아모스 당시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장의 방북 이후 6년 만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 중 북한이 펠트먼의 방북을 요청했고, 지난주 확정됐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를 언급하고, 이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공언,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던 때다.
북핵 위기가 고조될 때 북한이 유엔의 중재를 요청한 게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에 유엔 사무국이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서한을 사무차장에 보낸 적이 있다. 북한은 이번에도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와 인도주의 지원 확대, 핵 보유의 정당성 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북핵 중재 의지가 강하고,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대화로의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점의 방북이란 점에서 모종의 중재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김정은과의 전격 면담이 성사된다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방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반도는 급박한 위기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주한미군 가족 철수와 함께 “전쟁 가능성” “북한 선제공격”과 같은 극히 예민한 발언이 여과되지 않은 채 나오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 일본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도 거론되는 마당이다. 지난 4일부터는 미군의 공중 전략자산이 총동원된 사상 최대의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핵 보유국을 인정해야만 대화 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고 해 비핵화 협상에 응할 뜻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 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럴수록 북한이 추가도발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한미 압박공조에 빈틈이 없어야 하고, 전쟁 억제를 위한 만반의 대비 태세도 갖춰야 한다. 그런 기초 가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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