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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환투기 세력 원화가치 상승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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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환투기 세력 원화가치 상승에 베팅”

입력
2017.12.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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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우려한 한국의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간파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원화가치 상승에 돈을 걸고 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원화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실제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 들어 12%나 올랐다. 경제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고 북한 미사일 도발 등 지정학적 위험 요인(리스크)에도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1조원 가량 순매수하고 있는 점 등이 원화 가치 상승 배경이다. 특히 당국과 한국은행이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이러한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투자회사(IB) 노이베르거 베르만의 프라샨트 싱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은행이 시장 개입을 주저하고 있는 게 원화 강세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원화 강세는 기본적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주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감을 우려해 개입을 꺼리고 있고 이를 투자자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포함돼 있는 상태다. 미 재무부가 지난해 10월 대만 중앙은행이 시장 개입을 줄였다는 이유로 대만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당국의 신중한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크레디트 스위스그룹의 샤르마 아태 외환 트레이딩 부서장은 “한국 당국이 공격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확산은 헤지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에게는 원화 강세에 베팅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환율은 일종의 경제주권으로, 환율이 망가지면 수출주도 경제엔 위협”이라며 “환투기 세력들이 들어와 환율을 왜곡시키지 못하도록 외환 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9원 내린 달러당 1,085.8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9원 내린 달러당 1,085.8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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