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단열 자재, 에너지 61%↓
건물 옥상ㆍ외벽에 태양광 모듈
5개 에너지 자급자족 실현
공기 쾌적하고 결로현상도 없어
지열기술 한계로 최대 7층 건물
비싼 관리ㆍ건축비 해결은 숙제
“외부 공기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합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에너지제로주택 ‘이지하우스(EZ House)’ 사업에 참여한 명지대 제로에너지건축센터의 이응신 교수가 4일 오후 연구단에서 모니터링을 위해 비어 둔 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따로 난방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문을 열자 마자 훈훈한 온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 붙어 있는 ‘월패드’를 보니, 실내 온도가 2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날은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실내에선 바깥 날씨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 집은 별다른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지 않아도 여름엔 26도, 겨울엔 20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 교수는 “삼중 유리 창호와 내화 성능 외단열 자재를 쓰는 등 단열에 효과적인 각종 패시브 기술을 활용해 기존 주택 대비 에너지 요구량의 61%를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은 국토교통부와 명지대, 서울시와 노원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 건설된 국내 최초 에너지제로주택 실증 단지다. 모든 집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부족한 에너지는 액티브(태양광, 지열) 방식으로 자체 생산해 냉방과 난방, 온수, 조명, 환기 5대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도록 설계돼 있다. 거주지이면서 동시에 작은 발전소이기도 한 이 집들은 건물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8개의 건물 옥상과 외벽이 가로 1m, 세로 2m 크기의 태양광 모듈(패널) 총 1,284개로 덮여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는 연간 407MWh다.
에너지제로주택은 전용 면적 39~59㎡로 구성된 총 121가구 규모의 공공임대 주택 단지로 아파트, 2층 단독 주택, 땅콩 주택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39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이 교수는 “최근 입주한 주민들은 가장 큰 장점으로 ‘쾌적함과 결로 현상이 없다’는 것을 꼽는다”고 했다.
단순히 단열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쾌적한 공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집집마다 설치된 ‘열회수형 환기 장치’ 때문이다. 이 장치는 바깥의 찬 공기를 실내의 따뜻한 공기로 데운 후 집안으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 또 단열 성능이 좋은 유리창을 사용한 덕에 바깥 온도와 집안 온도의 차이가 심한 날 흔히 볼 수 있는 창가에 결로가 맺히는 현상이 없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제로주택이 친환경 주택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이 같은 에너지제로주택을 지으려면 일반 주택과 비교해 30%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단은 보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2025년까지 신규 주택을 모두 에너지제로주택으로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노원의 이번 사례가 8년 뒤 해당 목표 달성이 실제로 가능할 지, 이를 위해선 어떤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지를 판단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열에너지 생산을 위한 열교환기를 설치할 때, 기술적으로 많은 세대를 커버할 수 없어 최대 7층으로 짓다 보니 다른 공동주택 단지에 비해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 단점도 있다. 현재 전용면적 49㎡ 기준으로 보증금을 최대 전환한다 하더라도 보증금 1억2,500만원에 월 임대료가 17만4,000원인데, 여기에 월 평균 관리비(예상치) 11만원을 더하면 입주자가 매달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정현 노원구 제로에너지주택팀장은 “에너지제로주택 단지를 입주민들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해 청소나 경비에 드는 인건비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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