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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수다방’ 연 류제국-이호준 “진짜 하고싶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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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수다방’ 연 류제국-이호준 “진짜 하고싶은 말은”

입력
2017.12.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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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준 한국프로선수협회 주치의(왼쪽부터), 류제국(LG), 이호준(전 NC)이 지난 4일 열린 '빛을 나누는 날'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한국프로선수협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아이들 보양식 먹이시나요?”.

이호준(41ㆍ전 NC)이 마이크를 잡고 질문했다. 그는 “제가 보양식을 먹어서 안 좋은 케이스다. 졸업 전까지 개소주ㆍ녹용 등을 한 번도 안 끊고 먹었다”고 떠올렸다. 같은 학부형들과 자리하자 목소리에 힘이 붙고 말수가 늘어나는 등 이호준은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먼저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초ㆍ중생 학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호준과 LG 투수 류제국(34), 최희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주치의가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빛을 나누는 날’ 행사의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해 묻고 답하기(Q&A) 시간을 가졌다.

열기는 뜨거웠다. 앞자리부터 30여 명이 강의실을 메웠고 곳곳에 아빠들도 눈에 띄었다. 앞줄에 앉은 몇몇 학부형들은 한 마디도 잊지 않으려 휴대폰으로 동영상 녹화를 했다. 이호준과 류제국도 야구 꿈나무의 학부형이다. 이날 이호준과 류제국은 그라운드에서 뽐내던 카리스마를 제쳐두고 학부모들과 속 시원한 ‘토크쇼’를 열었다.

'빛을 나누는 날' 학부모 간담회/사진=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제공

이호준이 “우리 아들네 학교 학부형들은 보양식 많이 먹이던데 여기는 없으신가요? 손들어 보세요”라고 물었다. 한 아버지가 손을 들고 “홍삼”을 얘기하자 이호준은 “운동선수가 홍삼은 물처럼 마시죠”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학부형들이 “녹용은요?”, “장어즙은요?”라고 질문을 쏟아냈다. 이호준은 “다 안 좋다”며 “보통 운동선수들 피가 끈적끈적하다. 내가 일본에서 12가지 검사를 다 받고 약을 먹고 있다. 평생 먹어야 한다고 했다. 비타민 정도가 적당하다”고 충고했다. 최 원장은 “지방질이 많은 보양식은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게 돼 심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류제국은 “나도 밥만 잘 먹고 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야구 선수에게 키는 얼만큼 중요할까. 최 원장은 “키는 유전적 요인이 제일 크고 자랄 수 있는 최대치가 있다.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무리한 운동을 하면 근육이 자라 성장판을 붙잡는다. 야구를 가장 많이 시작하는 초등 4학년 전후로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고 해설했다. 방법도 자세히 알려줬다. “유튜브와 구글에 관련 동영상이 많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동작을 따라 하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력운동은 키가 다 자란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근력운동을 시작한 시기로 류제국은 “고등학교 때”, 이호준은 “20살부터”라고 답했다.

최희준 원장(왼쪽부터), 류제국(LG), 이호준(전 NC)이 학부모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제공

가장 열띤 토론이 이뤄진 주제는 ‘학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였다. 강원도에서 온 한 아버지는 “어떤 부모는 감독과 거의 살다시피 봉사하고 어떤 부모는 아이만 보내기도 한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호준은 솔직한 답을 내놨다. 그는 “나도 24년 야구를 한 입장에서 부끄러운 얘기이고 없어져야 될 관행이지만 지금의 환경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아는 후배 감독에게 이 부분을 지적했더니 ‘아무래도 자주 보는 학부모의 아이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해서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 류제국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질책보다 칭찬”이라며 “학부모들의 기대치가 높고 비교를 한다. ‘너는 왜 3할, 4할 밖에 못 치니’라며 압박하면 이른 나이부터 야구가 직업이 돼버린다. 지금은 야구가 즐겁고 놀이가 돼야 한다. 우리 아버지도 나한테 칭찬을 더 해줬으면 나도 더 신나게 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야구를 하고 있다. 학부모님들이 당장 질책보다 칭찬을 해주는 게 가장 좋은 서포트”라고 조언했다.

안양에서 온 학부모 김은주 씨는 “아이가 야구를 시작한 지 4개월 됐는데 현실적인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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