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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기리는 전시회에 ‘테러범’ 등장… 프랑스·독일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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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기리는 전시회에 ‘테러범’ 등장… 프랑스·독일 ‘부글부글’

입력
2017.12.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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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11테러 16주기를 맞은 가운데 사진은 6일 리버티 파크에 전시되고 있는 '더 스피어'. AP 연합뉴스
올해로 9.11테러 16주기를 맞은 가운데 사진은 6일 리버티 파크에 전시되고 있는 '더 스피어'. AP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열리고 있는 한 설치미술 전시회에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해 독일 및 프랑스로부터 분노를 사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등과 같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5일 AFP통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예술공동체 '호랑이의 다른 눈'(The Other Eye of the Tiger) 주최 '순교자 박물관'(Martyr Museum) 전시회에는 생전 굳센 신념을 고수하다 숨진 20명의 인물 초상화가 간단한 약력과 함께 전시돼 있다.

전시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베를린 '쿤스트크바티어 베타니엔'(Kunstquartier Bethanien) 아트센터에서 1주일 예정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에는 알제리계 지하디스트로 2년 전 130명의 사망자를 낸 파리 연쇄 테러 가담자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가 포함돼 있다. 2015년 발생한 이 연쇄 테러 당시 모스테파이는 다른 테러범 2명과 함께 바타클랑 극장에서 폭탄테러를 벌여 90명을 숨지게 했다. 그의 초상화 옆에는 바타클랑 입장권이 전시돼 있다. 킹 목사와 소크라테스와 나란히 전시돼 있는 또 다른 인물은 모하메드 아타. 아타는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 당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에 비행기를 충돌할 때 조종사 역할을 했던 테러리스트다.

이 전시회를 둘러싸고 독일과 프랑스 언론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 베를린 주재 프랑스대사관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테레리스트들을 전시회에 올린 것은 "무척 충격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예술 창작품의 자유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지만 순교와 테러 사이의 혼돈에 대해서는 강력히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주최 측은 전시회를 옹호하고 나섰다. 주최 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모든 폭력과 테러를 비난한다"며 "이번 전시회는 '순교'라는 용어 사용을 좀 더 넓게 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시된 모든 순교자는 국가와 종교 또는 단체에 따라 정해졌을 뿐 예술가들이 그 어떤 순교자들도 지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시는 이번 전시회가 시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시는 성명을 통해 "전시회를 후원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재정적 지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같은 주제의 순교자 박물관 전시회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예술가들이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 경찰에 접수되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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