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준 광주 119안전센터 소방장

“그저 따뜻한 겨울을 나길 바랄 뿐이죠.”
5일 오전 10시쯤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주택가. 정범준(40) 광주 동부소방서 대인 119안전센터 소방장이 동료들과 함께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온기를 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연탄을 나르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뭐 별거라구요….” 10년째 이어온 연탄 봉사에 어깨가 으쓱해질 법도 했지만 그는 외려 몸을 낮췄다. 이날도 1시간여 동안 연탄 1,000장을 어려운 이웃들(4가구)에게 직접 배달한 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정 소방장이 연탄 봉사를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12월. 당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설치해 준 긴급전화를 점검하러 한 80대 노인의 집을 찾았던 그는 점검을 마치고 곧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연탄 통장’을 만들었다. 연탄 한 장 살 돈이 없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에 몸을 뉘고 있던 노인의 모습이 적잖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 때부터 정 소방장은 매달 월급에서 5만원씩 빼 연탄 통장에 넣었고, 응급처리 교육을 하고 받은 강사료도 쓰지 않고 저축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매년 겨울 1,000장의 연탄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배달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쌀 나누기, 청소ㆍ목욕시켜주기, 도시락 배달 등의 봉사활동도 곁들였다. 정 소방장은 “연탄 1,000장이라고 해봐야 4가구가 겨우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라며 “추운 겨울에 소외 당한 이웃들에게 연탄 한 장 내어주는 게 봉사라면 봉사인데, 더 많이 베풀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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