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매달 5만원씩 저금, 10년째 연탄 나누는 소방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매달 5만원씩 저금, 10년째 연탄 나누는 소방관

입력
2017.12.05 16:54
28면
0 0

정범준 광주 119안전센터 소방장

5일 오전 광주 동구 계림동에서 광주 동부소방서 대인119안전센터 정범준 소방장이 동료들과 함께 홀몸노인 가구에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광주 동부소방서 제공
5일 오전 광주 동구 계림동에서 광주 동부소방서 대인119안전센터 정범준 소방장이 동료들과 함께 홀몸노인 가구에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광주 동부소방서 제공

“그저 따뜻한 겨울을 나길 바랄 뿐이죠.”

5일 오전 10시쯤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주택가. 정범준(40) 광주 동부소방서 대인 119안전센터 소방장이 동료들과 함께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온기를 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연탄을 나르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뭐 별거라구요….” 10년째 이어온 연탄 봉사에 어깨가 으쓱해질 법도 했지만 그는 외려 몸을 낮췄다. 이날도 1시간여 동안 연탄 1,000장을 어려운 이웃들(4가구)에게 직접 배달한 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정 소방장이 연탄 봉사를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12월. 당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설치해 준 긴급전화를 점검하러 한 80대 노인의 집을 찾았던 그는 점검을 마치고 곧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연탄 통장’을 만들었다. 연탄 한 장 살 돈이 없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에 몸을 뉘고 있던 노인의 모습이 적잖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 때부터 정 소방장은 매달 월급에서 5만원씩 빼 연탄 통장에 넣었고, 응급처리 교육을 하고 받은 강사료도 쓰지 않고 저축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매년 겨울 1,000장의 연탄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배달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쌀 나누기, 청소ㆍ목욕시켜주기, 도시락 배달 등의 봉사활동도 곁들였다. 정 소방장은 “연탄 1,000장이라고 해봐야 4가구가 겨우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라며 “추운 겨울에 소외 당한 이웃들에게 연탄 한 장 내어주는 게 봉사라면 봉사인데, 더 많이 베풀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