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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2세대 벨로스터, 서킷 올라타니 거침없어

입력
2017.12.05 15:4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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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데 스피디움에서 지난달 28일 첫 공개된 신형 벨로스터가 위장 래핑을 한 상태로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강원 인데 스피디움에서 지난달 28일 첫 공개된 신형 벨로스터가 위장 래핑을 한 상태로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벨로스터는 비운의 자동차로 불린다. 국민차인 아반떼와 같은 플랫폼을 쓰고도 매년 판매량은 저조했다. 국내에서 선호하지 않는 쿠페 형태인 데다, 스포츠카 닮은 외모와 달리 성능이 뒷받침되지 못해 외면당했다.

현대차는 이런 벨로스터를 버리지 않고 출시 7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선보였다. 지난달 28일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미디어 사전 공개행사에서 만난 신형 벨로스터는 국내 자동차 역사를 다시 썼다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외모부터가 그랬다. 혹평도 있었지만 벨로스터의 장점은 쿠페 형태이면서도 뒷좌석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운전석 쪽에는 문이 1개, 조수석 쪽에는 2개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1+2 도어’구조를 그대로 적용했다. 또 유명 스포츠카를 모방했다고 지적받던 센터 머플러도 유지했다. 해치백 형태도 여전했다. 대중성을 중시하는 현대차가 개성 있는 전통을 계승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성능 향상을 위해 전고를 낮추고, 전륜 차량이지만 앞뒤 무게 배분을 최대한 5대5로 맞추기 위해 후드를 길게 빼면서 A필러(앞창문과 운전석 창문 사이 기둥)를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외모만 보더라도 뛰어난 주행감을 보여줄 것 같은 맵시였다.

실내도 이전 모델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뒷좌석의 레그ㆍ헤드룸 부족 현상을 극복해 성인 두 명이 장시간 탑승해도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다만 운전석 시트 포지션이 조수석보다 높았다. 안정감 있는 주행을 위해선 낮은 시트가 필수다. 조수석이 수동식으로 이뤄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운전석에 많은 기능을 넣다 보니 높이를 조수석만큼 낮추지 못한 듯하다.

시승 차는 감마 1.6ℓ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를 탑재한 모델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같은 파워트레인인 아반떼 스포츠(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ㆍm)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승은 비록 서킷 8바퀴를 돌며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약 30분간 이뤄졌지만 주행성능을 살필 수는 있었다.

우선 시동을 걸면 고성능 스포츠카의 칼칼한 엔진음이 울렸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엔진음이 더욱 선명해지며 날카로워졌다. 일종의 가상 엔진음인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시스템이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고 서킷에 진입하니, 민첩한 움직임으로 화답한다. 최대토크가 1500rpm(엔진 회전수)부터 나오도록 설정돼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터보 엔진의 단점인 터보래그 현상은 시속 80㎞, 120㎞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직선구간에서는 일시적으로 엔진 출력을 높여주는 ‘오버 부스트’까지 사용하자, 시속 160㎞까지 거침없이 속도가 올라갔다. 바로 코너가 이어져 더 속도를 내진 못했지만 시속 200㎞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스티어링 휠에 있는 패들 시프트로 즉각적인 변속도 가능해 운전의 맛을 더했다. 고속을 억제하는 제동능력도 괜찮은 편이었다.

코너 진입 시 차체가 버텨줘 큰 감속 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차량이 바깥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현상도 적당히 억제해줬다. 차량 밸런스를 맛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바닥보다 높은 연석을 타고 오를 경우 단단한 느낌만 들었던 1세대 모델과 달리 서스펜션에서 충격을 완화해줘 편안한 주행까지 가능하게 했다. 서킷만이 아닌 데일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물론 중형급 이상 고성능 차처럼 묵직한 안정성과 폭발력은 덜했지만, 체급이 비슷한 수입차와 겨뤄도 승산 있어 보였다. 외모만이 아닌 주행성능까지 더한 벨로스터의 질주가 주목된다.

인제=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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