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처음 관련 조례안 발의
적법성 여부 놓고 논란 불가피
중앙정부 차원 소송 제기 우려
내년 제주 4ㆍ3 70주년을 앞두고 국가기념일인 제주 4ㆍ3희생자추념일(매년 4월 3일)을 전국 최초로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제주도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 4ㆍ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5일 밝혔다. 도의회 4ㆍ3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손유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조례는 추념일에 맞춰 전 도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념하며 도민 화합과 통합을 도모하고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4ㆍ3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고양ㆍ전승ㆍ실천함으로써 4ㆍ3의 해결과 세계평화의 섬 조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제주도지사가 4ㆍ3추념일인 매년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도지사는 4ㆍ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을 적극 홍보하고, 도민이나 도내 기관, 단체, 기업 등이 지방공휴일 시행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안에는 지방공휴일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이 공식적으로 쉬는 날을 말한다’라고 정의한 가운데 적용 대상으로는 제주도의회와 제주도 본청 및 하부 행정기관, 제주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제주도 합의제 행정기관 등으로 한정했다.
도의회는 오는 15일 개회하는 제357회 임시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며, 총 14명의 의원이 이번 조례안 발의에 참여한 만큼 처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조례 제정이 지방자치법과 국경일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의 위임이 없이 추진되는 것이어서, 조례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제주도와 중앙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되는 상황이다.
일단 도는 조례안 제정 취지와 목적에 동의하고 지방공휴일 지정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입장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지방공휴일 지정이 추진된 적이 없고 지방공휴일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는 위임 법령이 없어서 중앙정부에서 조례 재의 요구를 하거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도는 이번 조례안과 관련해 최근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에 질의한 결과 법제처는 ‘법령이 따로 없어 해석할 수 없다’고 답변을 반려한 상태다. 행안부는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현재 지방공휴일을 제정하는 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없다. 도가 못 받아들일 이유는 없지만 효력이 문제”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소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지난 6월 도의회 4ㆍ3특위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도 김민환 한신대 교수는 “제주의 지방공휴일 지정 시도가 성공한다면 광주나 창원 등 다른 도시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할 것”이라며 “지방도시 기반의 국가기념일 연대를 통해 한국의 전체 국가기념일 지형을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조례안에서는 지방공휴일 적용 대상을 지자체와 산하기관 등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지자체 자치사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를 발의한 손유원 4ㆍ3특위 위원장은 “4ㆍ3희생자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해 제주도민 모두가 4ㆍ3희생자를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4ㆍ3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고 실천해야 한다”며 “4ㆍ3 지방공휴일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 등과 맞물려 상위 법령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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