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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공감러] 패션모델 한현민 “급식체도 쓰는 평범한 고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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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공감러] 패션모델 한현민 “급식체도 쓰는 평범한 고딩이죠”

입력
2017.12.0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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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혼혈 패션모델인 한현민군은 자신의 성공을 계기로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국내 최초 혼혈 패션모델인 한현민군은 자신의 성공을 계기로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지극히 평범했다. 수줍은 미소와 재기 발랄한 목소리는 사춘기 또래 10대로만 보였다. 세계적인 ‘톱 스타’로 주목 받고 있지만 “인터뷰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서 급하게 뛰어왔다”는 그에게서 거리감은 금세 좁혀졌다. 지난 2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국내 최초 흑인 혼혈 패션모델인 한현민(16)군의 첫인상은 그랬다.

그는 요즘 가장 ‘뜨거운 남자’로 통한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지에서 지난 달 발표한 ‘2017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나이지리아 태생인 아버지와 한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모델 데뷔 1년 6개월 만에 당당히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10대에 올라선 셈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이 그저 다 신기하다”는 소감으로 인터뷰 말문을 열었다. “그냥 모든 게 꿈만 같고 믿어지지 않아요. 얼마 전에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제 이름이 1위에 올랐어요. 처음에 봤을 때는 제 이름인지도 몰랐는데 친구들 연락이 막 오면서 실감하게 됐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달라진 유명세를 이렇게 전했다.

덕분에 그의 위상도 크게 변했다. 그는 내년 봄ㆍ여름을 겨냥해 열렸던 패션쇼(S/S)에서 이미 20번 이상 무대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패션업계에선 한 모델이 S/S 무대에 4번 정도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한현민군처럼 이렇게 급성장한 신인은 근래 찾아보기 힘들 정도”란 게 모델업계 안팎의 평가다.

타임지 홈페이지
타임지 홈페이지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는 10대로 정상에 올라섰지만 그의 여정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말문이 트였을 때는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장기엔 “왜 영어를 못하느냐”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힘들었습니다. 놀림을 상당히 많이 받았거든요. 그 때마다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특별하다’는 위로에 힘을 얻었어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도 교우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지만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는 어려웠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옷을 워낙 좋아했던 탓에, 키워왔던 패션모델의 꿈의 실현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당장 최소 200만원 이상의 학원 수강료는 부담이었다. 결국 그는 걸음걸이나 얼굴 표정 등의 패션모델에게 필요한 기본기를 유튜브 영상으로 혼자서 터득했다. 훤칠한 키(189㎝)와 날씬한 몸매(65㎏)를 기반으로 패션모델을 흉내내면서 찍은 그의 사진들은 이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주목을 받았다. “인스타그램에 포즈를 잡고 사진을 올렸는데, 지금 소속사 대표께서 보시게 된 거죠. 그렇게 패션모델 인생이 시작됐어요.”

한현민군이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현민군이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소속사와 함께 패션모델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그의 외모에 대한 편견은 이어졌다. 어찌 보면 보수적인 패션업계에선 당연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도전의지는 더 강해졌다. 끝없이 패션업계의 문을 두들겼고 결국 그는 지난해 3월 국내 한 패션쇼의 주요 무대였던 오프닝 주자로 낙점되면서 숨겨졌던 역량도 뽐냈다. 패션모델로서 경쟁력을 확인한 패션업계의 시선도 달라졌고 피부색에 대한 선입관 역시 사라졌다.

패션모델로서 성공했지만 그는 가장 기뻤던 순간을 어머니에게서 찾았다. “가끔 옷을 받아올 때가 있어요. 어머니가 그 옷을 입고 동네 여기저기 자랑을 하더라고요. 아직도 어머니가 저에게 보여줬던 웃음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자신의 성공 배경엔 화목한 가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패션모델로서의 승승장구는 물론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뿌리 깊은 편견을 깨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은 왜) 다문화가정이라고 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까요? 이런 선입관을 깰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모델로 성공한 것도 그리고 행복한 제 가족을 보여주는 것도 그 중 하나겠죠.” 그의 목소리에선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글ㆍ사진=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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