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 도색·판금 정비공장 예정
주민들 “허가 취소해야” 반발
100m 내 유치원·중학교도 생겨
지난 3일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한 주차빌딩 신축공사장 앞에 주민 100여명이 웅성웅성 몰려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1급 발암물질 NO’, ‘학교 앞 아우디 정비공장 아이들 생명 위협한다’는 등의 현수막과 팻말이 들려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시위에 나선 주부 김모(45)씨는 “아파트와 학교, 유치원이 둘러싸인 터에 주차장을 빙자한 외제차 도색ㆍ판금 정비공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분노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아우디 정비공장’을 추진했다 2년여 전 대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던 사업주가 동탄2신도시에 비슷한 용도의 공장을 지으려 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4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독일차 아우디 수입업체인 ㈜위본이 지난 9월 동탄2신도시 주차장6 블록(영천동 668-2) 2,440여㎡에 연면적 1만3,790여㎡, 지하 4층, 지상3층 규모의 자동차전용시설 건축허가를 받았다. ㈜위본은 애초 연면적 1만3,660여㎡, 지하2층, 지상5층 규모로 짓기로 했다가 한 차례 조정했다.

점심과 저녁시간대면 주차전쟁이 벌어지는 도심이라 거주자들이 주차빌딩을 반길 법도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곳에는 주차장(248면)만이 아니라 차량 정비ㆍ도장시설(1,560여㎡ㆍ약 11%)과 전시ㆍ판매장(2,040여㎡ㆍ15%)이 함께 들어오기로 계획된 탓이다. ‘주차장의 탈을 쓴 아우디 정비공장’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위본이 서울 내곡동에서 추진하다 대법원의 판결로 취소된 ‘제2의 아우디 정비공장’을 동탄2신도시에 건축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위본은 2013년쯤 내곡동368번지 일대 3,618㎡에 연면적 1만9,440㎡, 지하 4층, 지상 3층 규모 주차빌딩(425대)을 계획했는데, 이곳에도 전체 연면적의 25.7%에 달하는 도장 작업실 등을 갖춘 정비공장과 영업소(3.86%)를 갖추려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차장이 정비공장 고객과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거나 정비공장의 부속시설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고, 공공성도 부족하다며 2015년 허가취소를 결정했다.
당시 서초구처럼 허가를 내준 화성시는 ‘주차전용건축물에도 세차장이나 정비공장, 폐차장 등 자동차 관련시설을 복합적으로 건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비주차장 시설도 주차장법이 정한 30%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화성시가 서초구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지난달 말 경기도에 허가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내년 3월 정비공장 예정지에서 불과 87m 떨어진 곳에 중학교와 유치원 복합시설이 추가로 들어선다”며 “공장에서 배출되는 다수의 유해물질과 차량 증가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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