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유선 선장 “피할 줄 알았다”
어민들 “아무 조치 안하고 궤변”
사고 해역 폭 넓은 곳은 4㎞
알려진 것처럼 좁은 수로 아냐
해경, 양측 충돌 전 교신 여부 등
적절한 조치 취했는지 더 조사
3일 오전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의 명확한 원인 규명이 늦어지고 있다. 사고 당시 낚싯배 선창1호(9.77톤)를 책임진 선장이 실종된 상태에서 당시 정확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증언해줄 사람이 없다.
현재로서는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지만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는 급유선 명진15호(336톤) 선장 전모(37)씨와 “배 앞 부분이 확보이더니 왼쪽 선미를 들이 받았다”는 낚싯배 탑승객 서모(37)씨의 단편적인 증언이 전부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양측 모두 충돌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는 결론은 명확하다. 어느 한쪽에서라도 미리 조치를 취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명백한 인재임에 틀림없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전날 긴급 체포된 급유선 선장 전씨는 해경 조사에서 낚싯배와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알았으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진행 방향을 바꾸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고 당시 선창1호는 10노트(시속 약 18.5㎞)로, 명진15호는 12노트(시속 약 22.2㎞)로 운항 중이었다. 전씨와 함께 체포된 갑판원 김모(46)씨는 사고 당시 전방 경계 등의 역할을 맡은 당직근무자였으나 조타실을 비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전씨의 주장이 사고를 합리화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게 인근 어민들의 주장이다. “충돌할 것 같으면 멈추던가, 경적을 울리던가, 방향을 틀던가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작업에 나섰던 영흥도 어민들은 선창1호 옆구리에 파공이 생긴 점을 토대로 사고 해역에서 잠시 멈춰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정박한 선창1호가 물살에 의해 자연스럽게 옆으로 반바퀴 돈 상태에서 받혔다는 것인데,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선창1호는 운항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해양경찰서도 4일 “행적도나 관계자 조사 결과 두 배가 같은 방향으로 운항 중이었다는 것이 현재까지 결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속 13노트(시속 약 24.0㎞)까지 낼 수 있는 낚싯배가 서행하다가 뒤에서 오는 급유선에 받힌 점, 사고 해역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좁은 수로가 아니었다는 점 등은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해경 측은 “사고 해역 폭은 넓은 곳이 2.5마일(약 4㎞) 가량”이라며 “다만 수심이 낮거나 갯벌이 있는 곳이 있어 배가 다닐 수 있는 곳은 한정됐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들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경계를 하고 진행 방향 변경이나 속도 조절을 했는지 여부도 더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해사안전법은 선박은 안개 등으로 시계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레이더로 다른 선박이 있는 것을 탐지한 경우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충돌 위험은 없는지를 판단해 조치하도록 규정했다. 추월 시에도 상대방 선박의 진로는 피하도록 했다.
두 배가 해상에서의 관례를 따랐는지도 미지수다. 통상 바다에선 방향 전환이 쉽고 속도가 빠른 작은 배가 적극적으로 회피한다. 또 충돌 위험시에는 양쪽에서 경적이나 무전을 주고 받아 사고에 대비한다. 외부스피커를 통해 경고방송을 하는 선박도 있다. 두 배가 충돌 전 교신했는지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선박에 대한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인천해경전용부두에서 선창1호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해경은 명진15호 선내에서 선박 위성위치파악시스템(GPS플로터)와 폐쇄회로(CC)TV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