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박인비(29ㆍKB금융)는 지난 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6월에 꿈에 그리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8월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투어에선 시즌 내내 지독한 손가락 부상에 시달리며 기권과 컷 탈락을 반복했다. 6월 이후에는 투어 대회에 아예 나서지 못했다.
그의 올 시즌 키워드는 ‘부활’이었다. 최근 경북 경주시 블루원디아너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본지와 만난 박인비는 “전체적으론 좋았다. 부상 탓에 후반기 몇몇 대회에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았다. 대체로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선보인 것 같다”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실제로 박인비는 지난 3월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서며 부활을 알렸다.
박인비는 “다만 날카로운 면들이 많지 나오지 않았다. 샷도 종종 흔들렸고, 시즌 중반부를 넘어 가면서는 퍼트가 좋지 못했다. 기복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올 시즌에 대해 그는 80점(100점 만점)을 부여했다.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는 독특한 백스윙이다. 그의 백스윙 속도는 보통 선수들에 비해 느리다. 코킹(스윙시 손목 꺾임) 또한 거의 없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급 스타 아담 스콧(37ㆍ호주)은 박인비의 ‘느린 백스윙’을 칭찬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백스윙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박인비는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 어떻게 힘을 공에 잘 전달할까 혼자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찾아낸 스윙 리듬이다”고 고백했다.
박인비가 본지와 인터뷰를 끝내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그의 별명은 ‘침묵의 암살자’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상대를 제압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러나 마주한 박인비는 ‘달변가’였다. 무엇을 물어도 재빠르게 군더더기 없이 대답했다. ‘지난 2015년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취재를 하면서도 리더십에 놀란 적이 있다’고 하자 박인비는 “성격은 조용한 편인데 나설 때가 있으면 또 나선다. 여러 가지 내면이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인비는 아직 다음 시즌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LPGA 명예의 전당과 올림픽 금메달, 투어 통산 18승, 그랜드슬램(투어 4개 메이저대회 석권)까지 달성한 그다. ‘동기부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골퍼로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뤘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새로운 동기를 찾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고 얘기했다. 그는 “메이저 우승을 계속 쌓아 나가거나, 아니카 소렌스탐(47ㆍ스웨덴)의 승수(72승)를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순 있지만, 목표라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세워준다고 세워지는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동기부여 되고 목표라는 생각이 들어야 진정한 동기부여가 이뤄지는 것 같다. 아직 무엇을 뚜렷하게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잘 들진 않더라”고 털어놨다.
남편 남기협(36)씨와의 가정생활과 관련해선 만족해했다. “대회장을 돌아다녀야 하기에 안정적으로 가정생활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했지만, 가족 얘기가 나오자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결혼 4년 차를 맞은 그에게 ‘자녀 계획도 세우고 그래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그는 “당연하죠”라고 활짝 웃었다.
경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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