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감식 진행
프로펠러 완전히 부서져 밀려나
해경 “3D 스캔해 상황 확인할 것”
유가족 19명은 5분 만에 현장 철수
4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전날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 남서쪽 약 1.85㎞ 해상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가 바지선 위에 누워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선창1호 왼쪽 옆 가운데 부분에는 가로 1m50㎝, 세로 2m 가량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급유선 명진15호가 12노트(시속 약 22.2㎞) 속도로 들이 받아 생긴 상처였다. 당시 선창1호는 10노트(시속 약 18.5㎞)로 이동 중이었다. 성인 한명이 지나다닐 만큼 큰 역삼각형의 구멍 사이로 선박의 내부 구조물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프로펠러는 완전히 부서져 오른쪽으로 밀려나 있었고 선체 바닥과 옆면에는 페인트가 벗겨진 자국이 뚜렷했다. 갑판 위는 밧줄과 전선, 어구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갑판 위 선실 덮개 구조물은 배에서 떨어져 있었고, 어선 내부에도 주황색 구명조끼 돗자리 플라스틱 통 등 각종 집기들이 뒤섞여 사고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선급 등과 합동감식반을 구성해 선창1호에 대한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이 배에 타고 있었다가 숨진 낚시객들의 유가족 19명은 이날 감식반과 함께 현장에서 선체를 살펴보다 5분 만에 철수했다.
당초 충돌사고로 구멍이 뚫린 부분이 선창1호의 기관실로 알려졌지만 이날 감식을 통해 기관실 뒤 쪽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구멍이 난 곳에서 기계가 보이지 않는데, 보통 기관실은 더 앞쪽에 위치한다”며 “9.77톤 낚싯배는 보통 선실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조타실로 거쳐가는 문과 뒤쪽 문 등 3개인데 선창1호도 같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선창1호는 2000년 11월 낚싯배로 건조됐다. 배 길이는 13.3m, 폭은 3.7m로 섬유강화플라스틱(FRP)로 만들어졌다. 어선을 낚싯배로 쓸 수 있게 한 것은 어한기에 수입이 없는 10톤 미만 어선들을 위해 1995년 낚시어선업법이 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선창1호는 유효기간 2년의 낚시어선업 신고확인증을 지난해 정상적으로 발급 받았고 선박안전공단 정기검사와 중간검사도 모두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 관계자는 “그 동안 나온 사고 개요대로 두 선박이 충돌했을 때 이러한 형태의 파손이 발생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박을 3D 스캐너로 스캔했다”며 “명진15호도 이날 감식할 계획이었으나 선창1호 감식이 예정보다 늦어져 조만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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