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개인회사에 담보 지원 의혹
내달 전원회의서 제재안 확정
효성그룹 계열사가 총수 일가에 부당 이익을 제공한 혐의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조석래 명예회장과 장남 조현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통상 공정거래 사건은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사무처가 제재 안건을 상정하면 ‘법원’ 역할을 맡는 전원회의에서 이를 심의ㆍ의결하는 식으로 처리된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이번 사무처의 검찰 고발 의견을 받아들이면, 조 회장 부자(父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으로 총수가 고발당하는 첫 사례가 된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 내 기업집단국은 최근 이런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과 유사)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ㆍ시정명령과 함께 조석래, 조현준 부자와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등 개인 4명, 효성투자개발 등 법인 2곳을 검찰에 고발하는 의견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달 9명의 내ㆍ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작년 5월 참여연대는 효성투자개발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우회’ 지원해 결과적으로 그룹 2세인 조현준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조현준 회장 소유(지분율 62.78%)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4~2015년 2년 연속 적자를 내고도 각각 2014년 12월 120억원, 2015년 3월 1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했다. 효성투자개발이 CB 인수자(채권자)인 당시 하나대투증권 사모펀드 측에 토지, 건물 등 300억원대 담보를 제공해 위험을 떠안은 덕택이었다.
공정위는 1년여의 조사 끝에 이 같은 효성그룹 계열사의 행위가 총수일가 사익편취(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 해당된다고 보고 ‘검찰 고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일감 몰아주기’ 조항인 23조의2는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총수일가의 30% 이상 지분 보유(비상장사는 20%) 회사와 거래할 때, ▦상당히 유리한 거래 ▦사업기회 제공 ▦일감 몰아주기 등의 행위를 하면 관련 법인 및 개인(총수일가) 등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특히 효성투자개발과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지분이 없는 조석래 명예회장도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조 명예회장이 부당지원 행위에 직접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원회의에서 조 명예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결정되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정(2015년 2월 시행)으로 재벌 총수(동일인)가 고발되는 첫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작년 11월 대한항공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소유(지분율 90~100%)의 싸이버스카이ㆍ유니컨버스 등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에 대해 ‘동일인(총수)의 특수관계인’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만 고발했다. 또 작년 5월에는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발했으나 법인(현대로지스틱스)만 고발하고 현정은 회장 등 총수일가는 고발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3조의2 조항의 핵심은 총수일가 개인에게 사익편취 행위의 직접 책임(시정조치ㆍ과징금ㆍ고발)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효성 건은 이런 법 취지가 제대로 적용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효성 관계자는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CB 발행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전원회의에서) 의구심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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