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챌린지’가 소셜 미디어에서 이슈다. 마네킹 챌린지란 서서히 근육이 마비돼 매일 마네킹처럼 지낼 수 밖에 없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즉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공감해 보고 이 병의 치료와 연구에 관심과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다. 루게릭병은 발병 후 3~4년이 지나면 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가 되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국내에도 2,500명 가량의 환자가 있다.
국내 루게릭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강성웅(59ㆍ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찾는다. 강 교수는 “‘루게릭병=5년 내 사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 루게릭병 환자들은 대부분 5년 이상 생존한다”며 “관리만 잘 하면 오랫동안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마침 지난 1일 서울시의사회와 한미약품이 제정한 ‘제16회 한미참의료인상’을 받았다. 1992년부터 루게릭병 같은 희귀난치성 신경근육병 환자에 대한 헌신적인 봉사활동과 지원 사업을 추진한 공로다. 국내 최초로 호흡재활 프로토콜을 개발해 2001년부터 지금까지 950명 환자에게 도움을 줬다. 2008년부터 사지마비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자들에 대한 상담 및 방문서비스를 실시하고, 치료비 지원 사업을 전개해 매년 600건의 상담과 140명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 강 교수는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장,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장,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재활의학 분야의 대가다.
‘연세대 호킹’으로 불리던 루게릭병 환자 신형진 씨를 비롯한 많은 신경근육병 청소년들이 강 교수를 만나 청소년기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깨고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을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강 교수는 매년 2월 한국의 호킹들 행사를 개최하며 이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호소하고 있다.
강 교수는 “근육병,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자들은 사지마비 상태이지만 인지능력이나 사고능력은 정상인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이들 환자에게 기침을 통해 가래를 없애고 인공호흡기로 환자의 안정적인 호흡을 찾아주며, 남아 있는 다른 근육을 통해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 훈련에 힘쓰고 있다. 이들 환자의 주 사망원인이 호흡근육이 서서히 마비돼 결국 호흡량이 부족해지고 기도 내 분비물이 기도를 막아 생기는 폐렴이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이 같은 치료와 재활훈련과 같은 의학적 도움과 사회적 지지시스템이 있다면 이들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권리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에 루게릭병과 같은 희귀질환 환자 전용공간을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기부로 운용되는 루게릭병 환자의 전용공간은 만성적인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이 전용공간의 정상적인 운용을 위해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기부금이 줄어들 때마다 희귀질환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 주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 없어지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희귀질환에 지원을 확대하면서 여건은 많이 좋아졌지만 재활치료가 유일한 치료인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처럼 심각한 신체장애환자의 재활치료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호전될 가망 없는 환자들에게 뭘 더 하냐는 주변의 핀잔도 없지 않지만, 이들도 정상인처럼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