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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할 수만 있다면’ 자기 성적보다 낮은 대학 가겠다는 인도 여성들

입력
2017.12.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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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인도 북서부 아메다바다시 주민들이 5세 여아 성폭행범을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인도의 여성들은 성폭력을 피할 수 있다면 남성보다 더 낮은 등급의 대학교를 선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인도 여학생들은 같은 거리를 이동해도 남학생보다 교통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안전하다면 내 성적보다 8등급 낮은 학교도 갈 수 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의 기리자 보커 연구원은 인도의 우수 종합대학인 델리대학교 재학생 4,000명을 대상으로 대학 선택시 성범죄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보커 연구원은 조사대상자들에게 델리 연방구역 내 대학의 위치 및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 각 대학가 인근의 범죄발생률 등을 종합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각 대학의 연구실적 및 입학생 성적 등을 종합한 순위를 제시한 뒤 질문을 던졌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떤 대학교를 선택하겠습니까?’

답변은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여학생들은 순위보다 집과 가깝거나 안전한 교통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대학을 선호했다. 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면 성적보다 8.5등급 정도 낮은 순위의 대학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남학생들은 학교 위치나 안전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통학 안전도가 높더라도 성적보다 0.9등급 이하의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면 교통비를 더 들여서 통학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 응답자들은 안전을 높이기 위해 한 달에 약 1,200루피(한화 약 2만원)의 교통비를 더 투자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약 16배인 2만루피(한화 약 33만원)까지 더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다. 거리로 환산하면 여성은 현재 통학시간보다 약 40분 더 소요되더라도 더 안전한 통학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 인도 델리에서 발생한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항의해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이 대통령궁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성폭력 위험 1위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

이번 조사는 델리대 여학생들이 성폭력 위험에 따른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델리는 지난 10월 톰슨로이터가 도시 및 범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에서 성폭력 위험이 가장 큰 도시’ 조사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와 함께 1위였다. 지난해 델리에서는 2,155건의 성폭행이 발생했다. 2012년 이후 약 5년간 67%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3년 유엔 여성기구에 따르면 델리 여성들의 90%이상이 길거리 성추행을 1회 이상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실은 여성들의 행동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커 연구원은 응답자 중 집에서 대학교까지 통학하는 학생 2,695명(여성 1,757명)을 골라 통학 중에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알아봤다. 여학생의 절반 가까운 49%가 지하철을 이용한 반면 남학생들의 48%는 버스를 이용했다. 이런 결과는 버스에서 성폭력 발생 비율이 다른 대중교통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델리에서 발생한 끔찍한 집단 성폭행 사건 역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관련기사 ▶ 버스 성폭행 피해자 사망… 여성 인권에 눈 뜬 인도)

인도 델리대학교 학생들의 대중교통 이용률 및 대중교통 내 성폭력범죄 발생률(단위 %).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연구팀 제공.

물리적 폭력으로 고착되는 경제적 격차

조사 결과는 한 사회의 성폭력이 장기적으로 여성의 사회ㆍ경제적 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커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여성들의 학문적 훈련 및 동료 네트워크 형성, 미래 직업 기회 등에서 같은 성적을 받은 남성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을 걱정해 대학 입학을 포기하는 여성들도 많아서 실제 인도 여성들에게 미치는 사회적 결과가 더 클 것”이라며 여성의 안전을 위한 범죄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 종합순위에서 144개국 중 10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성의 건강 및 생존’ 수준은 141위에 그쳤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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