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령탑이 아닌 행정가로 내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홍명보(48)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모든 역량을 발휘해 신태용호를 돕겠다고 공언했다.
홍 전무는 4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남은 6개월 동안 (신태용 감독이) 상대 분석과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은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지휘봉을 잡았지만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를 상대로 1무2패에 그치며 조별리그 탈락했다. 경기력 부진의 책임을 지고 대회 직후 물러났으며 이후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을 거쳐 지난 달 축구협회의 전무이사에 선임됐다.
현역 시절 ‘영원한 리베로’로 통하던 그는 선수, 코치, 감독으로 월드컵을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선수,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코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감독이었다. 성공한 대회의 노하우는 물론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거울 삼아 신태용(48)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다.
홍 전무는 “그 동안 협회는 나름대로 행정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월드컵 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브라질 대회 때도 지원이 부족하진 않았다. 당시 실패를 경험 삼아 러시아에서는 정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주겠다”고 강조했다.
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 껄끄러운 상대와 마주하게 됐지만 주눅들 이유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월드컵에서 쉬운 조에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90년과 1994년에도 최악의 조였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한 마음으로 준비한다면 러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 전무는 제16회 홍명보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을 열고 22명의 축구 꿈나무들에게 시상했다. 이들에게는 장학금 150만원과 고교 졸업 시까지 축구용품이 후원된다.
선수로 뛰던 2002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형편이 좋지 않은 어린 선수들을 돌보고 있는 그는 “서류는 엄청 많이 올라오는데 그 친구들한테 다 해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 도움을 받아 축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 다른 목적은 성인이 됐을 때 자기와 같은 후배, 동생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큰 만족이다. 국가대표가 나오면 좋겠지만 고마움을 알고 도와줄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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