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권태혁‧백종범‧박노정 교수팀
초음파 스프레이 화학반응 원리 규명
질소 고정한 탄소재료로 슈퍼커패시터 제작
잠수함 음향탐지기(sonar)나 의료진단, 가습기 등에 사용되는 ‘초음파’로 신소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화학반응에 필요한 고온이나 진공 같은 까다로운 조건 없이 ‘초음파 스프레이 화학반응’으로 고성능 재료를 만든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자연과학부 권태혁‧백종범‧박노정 교수팀이 초음파 에너지와 미립자화 반응을 결합한 ‘초음파 스프레이 화학반응’을 이용해 탄소나노소재 내에 질소를 고정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기술은 탄소와 다른 원자의 결합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이차전지 재료 등 다양한 신소재 분야로 응용 가능하다.
권태혁 교수팀의 ‘초음파 스프레이’는 가습기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가습기가 물 입자를 미세하게 만들어 공기 중에 뿌리는 것처럼, 탄소나노소재 잉크를 미세 입자로 만들어 압축 질소 기체에 의해 분무된다. 이 과정을 통해 탄소나노소재에 질소가 효과적으로 고정된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김현탁 UNIST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가습기에서 뿌려지는 물은 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공기에 닿는 표면적이 넓어져 보습 효과가 커진다”며 “초음파 스프레이 장치도 초음파 에너지와 미립자화 반응을 이용해 탄소나노재료 잉크에 손쉽게 질소를 고정시키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기술은 질소나 산소처럼 화학반응이 잘 안 일어나는 기체를 탄소나노재료에 손쉽게 도입시키는 혁신성에서 주목받았다. 실제로 질소나 산소가 고르게 도입된 탄소나노재료는 기존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또 초음파 스프레이 화학반응은 수 마이크로초(㎲, 100만 분의 1초) 이내에 진행될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초음파 에너지 자체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초음파 스프레이 화학반응으로 만든 탄소나노재료로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커패시터 전극도 제작해 선보였다. 슈퍼커패시터는 충‧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의 일종으로 에너지 용량은 작지만 출력이 높아 항공우주‧군사‧자동차에서 주목받는 에너지 저장장치다.
슈퍼커패시터 전극은 초음파 스프레이의 이중 노즐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하나의 노즐에서 질소를 도입한 산화그래핀환원물을, 다른 노즐에서 질소를 도입한 탄소나노튜브를 순차적으로 바르며 3차원 다공성 탄소전극 구조를 구현한 것이다. 이는 초음파 스프레이 기술로 소재를 합성하는 동시에 균일한 박막 전극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탄소와 다른 원자를 결합시키는 화학반응의 새로운 합성법을 개척했다”며 “탄소-이원자 결합 형태에 따른 전기화학적 반응성의 이론적 차이와 다른 원자가 도입된 3차원 탄소나노구조의 구현을 통한 에너지 저장 성능의 최적화 결과까지 총망라했다”고 연구 의미를 짚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에너지 소재를 합성하는 기술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에너지 소재 시장에서 파급력이 있을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재료화학 분야의 권위적인 저널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으며 연구내용의 혁신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12월 14일자로 출판 책자에는 뒤표지로도 선정됐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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