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첫 기착지 김포 찾아
새떼 앉았던 논바닥 동분서주
외부용역 등 22명 주말도 없이
평창ㆍ순천 등 주요지역 점검
“기온상승 4월까지 긴장 못 늦춰”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김포 하성면 석탄리, 가을걷이 후 마른 논에 겨울철새인 쇠기러기 100여 마리가 앉아있다. 주변 군용 헬리콥터 소리에 놀란 새들이 날아가자, 철새를 관찰하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 세 명이 논으로 향했다. 연구진들은 방균복과 비닐 덧신, 항균 장갑으로 중무장한 상태. 겨울이면 한국을 괴롭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예찰팀이다.
김용식 환경과학원 전문위원이 “풀로 한번 찔러보고 마르지 않은 것만 골라 담아야 한다”며 분변 채취 요령을 설명했다. 분변에서 AI가 생존하는 기간은 보통 일주일 정도로, 당일 배설했을 가능성이 높은 신선한 분변을 분석해야 정확도가 높다. 분변을 작은 용기에 담은 뒤에는 사용한 나무젓가락을 바로 폐기, 시료가 섞이는 것을 방지한다. 이날 한 시간여 논을 헤집으며 채취한 분변은 50점, 아침 일찍부터 작업을 시작하면 최대 200~300점까지 채취한다.
겨울철새의 도래가 본격화하면서 야생조류의 AI를 분석하는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은 주말도 반납하고 있다. 김포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10월 이후 러시아, 몽골 등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는 겨울철새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 중 하나다. 이 곳에서는 매주 한 차례 이상 예찰 활동이 진행된다. 과학원은 올해 건국대 수의대 연구팀과 함께 김포에 청둥오리 8마리를 사육하는 우리를 만들어 철새로부터 AI가 전염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도 새로 도입했다. 이날도 오리의 구강과 항문에서 면봉으로 유전자를 채취했다.
채취한 시료는 산란한지 7~9일 가량 지난 실험용 계란에 직경 0.2㎜ 크기의 구멍을 뚫어 주입한다. 3~5일 뒤 알 속의 병아리 태아가 죽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알 속에 퍼진 바이러스는 1, 2일 가량 유전자검사(PCR 검사)를 거쳐 어떤 형태의 AI 바이러스인지 확인한다.
과학원의 야생조류 감시는 AI가 농가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작업이다. 전국 80개 철새도래지 조사는 지방환경청이 상시 점검하지만, 과학원도 중요지역에 본부 인원 16명(현장 예찰팀이 6명, 시료 분석과 바이러스 운송 10명), 외부용역 연구진 6명 등 22명을 투입하고 있다. 김포, 동계올림픽 예정지인 강원도 일대, 최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전남 순천 등지를 점검하며 매주 3, 4회는 현장에 나가야 한다.
11월에만 전남 순천 도사동(13일), 제주 구좌읍 하도리(21일) 두 곳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H5N6형)가 발견됐다. 농가 점검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맡고 있는데, 11월 19일 전북 고창의 육용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나와 시름이 깊어졌다.
과학원의 올해 AI 감시는 7월 20일부터 시작돼 총 198차례에 걸쳐 1만1,731건의 분변과 폐사체를 채취했다. 10, 11월 들어 각 4,000건 넘게 분석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2건 포함 총 49건의 AI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7개 지방환경청도 11월까지 총 5,000건 가량의 시료를 분석했다.
정원화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AI 발생시기와 겨울철새 도래 시기가 겹치는데 올해도 11월이 되자 고병원성 AI가 발견돼 대응을 강화하게 됐다”며 “기온이 올라가는 4월 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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