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입주물량 쏟아지며
전셋값 일주일 새 0.01% 하락
경기지역은 5주 연속 떨어져
내년에도 대출규제 등 위협 여전
금리인상 후 부동산시장 관망세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동천마을 굿모닝힐5차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8ㆍ2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던 지난 8월(4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이 하락한 금액이다. 경기 화성시 청계동 동탄2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역시 같은 기간 전세가격이 2억6,8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G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입주물량 폭탄에 화성시 아파트 전세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전했다. 화성시의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2만3,000가구)은 지난해(1만3,000가구)보다 1만 가구나 많다. 내년에는 3만1,000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8년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내년에도 상당한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전세ㆍ매매가격 동반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KB부동산의 주택시장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난달 27일 기준)은 전주보다 0.01% 떨어졌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한 건 2009년 2월9일(-0.03%) 이후 약 8년9개월 만이다. 지난해만 해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최고 0.06%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주간 최고 오름폭이 0.02%에 그쳤고, 이마저도 10월23일부터 5주 동안 보합세(0.00%)를 이어가다가 지난주 하락 전환한 것이다.
특히 경기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0.02% 떨어지며 5주 연속 하락세를 탔다. 지역별로는 경기 시흥(-0.18%), 광주(-0.14%), 화성(-0.10%), 광명(-0.08%) 등의 하락폭이 컸다. 올해 경기 지역 아파트 입주물량(12만6,700가구)은 지난해(8만7,600가구)보다 44.6% 많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16만2,900가구가 예정돼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실장은 “지방에선 최근 5년간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계속됐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에 공급발 위협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입주물량 증가→역전세난→전세가격 하락→급매물 증가→매매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내년에는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위협요인도 커 이런 악순환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3% 오르며 전주(0.06%)에 이어 상승세가 계속 됐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수요와 겨울방학 대비 학군수요가 겹치면서 강남구의 경우 서울 평균보다 높은 0.09% 뛰었고, 송파구는 0.04% 올랐다. 전주에 0.14% 치솟았던 서초구의 아파트 전세값도 0.03% 상승했다. 전세가격에서도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국토교통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발표(지난달 29일)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지난달 30일) 직후 첫 주말 부동산 시장은 잔뜩 움츠린 모습을 보였다. 서울 송파구 D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3일 “지난달 30여건이 매매된 잠실주공5단지의 매수문의가 자취를 감췄다”며 “금리인상 이후 매수심리가 위축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동의 B중개사무소 대표는 “당분간 거래량이 더욱 줄겠지만, 드문드문 한 건씩 매매되면서 매매가격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둔촌주공4단지 전용면적 71㎡는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8ㆍ2대책이 나온 지난 8월 9억원에 팔렸으나, 지난달에는 9억4,600만원에 거래됐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