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금리인상 대응 나섰지만
과거 고금리에는 도달 어려워
위험자산 선호 현상 계속될 것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자 시중은행들도 발빠르게 예ㆍ적금 금리를 올리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처럼 금리 인상이 순차적으로 시중자금의 대이동(머니무브)을 촉발할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여전히 저금리가 상당기간 이어질 거란 점에서 급격한 자금이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우리은행은 곧바로 1일부터 ‘우리웰리치100여행적금’ 금리를 최고 연 4.7%로 0.2%포인트, ‘위비수퍼주거래예금(최고 연 2.1%)’은 0.3%포인트 올리는 등 29개 상품 금리를 0.1~0.3%포인트씩 올렸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다음달 2일까지 예ㆍ적금 금리를 0.15~0.2%포인트씩 더 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주 초 예ㆍ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 올릴 예정이고 신한ㆍKB국민은행 등도 이번 주 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지난 수년 간의 초저금리 기조 속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좇아 투자처를 옮겨 다니는 단기부동자금은 지난 9월말 기준 1,069조원까지 급증했다. 과거엔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런 자금이 주식, 부동산 등에서 빠져나와 예ㆍ적금 등으로 다시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종종 관측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랜 저금리 때문에 예ㆍ적금 상품을 외면했던 고객들이 다시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엔 당분간 시중자금의 지각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을 거란 의견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분석실장은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선 은행 금리로 자산수익을 내긴 쉽지 않다”며 “적금 금리가 10% 넘어가던 과거와 달리 예ㆍ적금이 다른 자산을 대체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데다 향후 금리를 올린다 해도 과거 같은 고금리 수준엔 갈 순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자금은 위험자산을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 위축 우려도 나오지만 부동산 자금이 거대한 흐름을 바꿀 지는 미지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몇 달간 금리인상이 예고됐음에도 자금은 계속 부동산 시장에 쏠렸다”며 “금리인상 기조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진 (금리가) 돈의 흐름을 돌릴 만큼 충격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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