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급유선 선장, 낚싯배 가까운 거리에서 운항 사실 인지" 진술 확보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부딪힌 뒤 전복돼 배에 탄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선장과 승객 등 2명이 실종됐다.
사고 상대 선박인 급유선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이 긴급구조에 나섰지만, 충돌로 인한 강한 충격과 사고 해역의 강한 물살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다.
해경과 군은 사고해역 인근을 8개 구역으로 나눠 함정 20척과 항공기 3대를 동원, 조명탄을 투하하며 실종자들에 대한 야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은 이날 충돌 선박 명진15호 선장과 선원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 부두 떠난 지 9분 만에 '쾅'…사고 순간 = 사고가 난 낚싯배 선창1호(9.77t)가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것은 3일 오전 6시께.
선장 오모(70·실종)씨와 선원 이모(40·사망)씨, 20∼60대 낚시객 20명을 태운 선창1호는 부두를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당시 바다에는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지만 낚싯배의 출항신고와 허가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사고 선박은 정상적으로 낚시어선업 신고를 한 배로, 승선 정원(22명)도 준수해 출항절차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선창1호는 출항 9분 만인 오전 6시 9분께 진두항 남서방 약 1마일(1.6㎞) 해상에서 인천항을 출발해 평탱항으로 향하던 336t급 급유선과 부딪혀 뒤집혔다.
◇ 선실 내 14명 중 11명 사망…"충돌 충격에 기절 가능성" = 사고가 나자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이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해경은 오전 6시 13분 사고 해역과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에 고속단정 출동을 지시했다. 고속단정은 오전 6시 26분 진두항을 출발해 오전 6시 42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112신고가 접수된 지 33분 만이었다.
그 사이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원들은 바다에 빠진 낚싯배 승객 4명을 구조했다.
뒤집힌 낚싯배 안에는 14명이 갇혔고, 8명이 바다에 빠졌다.
선실에 있는 승객을 구하기 위해 오전 7시 36분 수중구조팀이 투입됐지만, 해경이 이들을 배 밖으로 구조했을때에는 전복된 배 안 남아 있던 공기에 의존해 14명 중 3명만 목숨을 건진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전복된 배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중구조팀이 신고 접수으로부터 1시간여가 지난 오전 7시 17분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을 두고 '골든 타임'을 놓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경은 이에 대해 구조선박이 정박해 있는 장소와 출동지시를 받고 받고 항구를 빠져 나와서 가는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늦은 시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고 해역에는 해경과 군의 함정·헬기가 속속 출동해 수색·구조에 가세했지만, 실종된 선장 오씨와 승객 이모(57)씨는 이날 날이 저물 때까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강한 물살 탓에 낚시객들이 사고 지점에서 바로 발견되지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도 인명피해를 더한 요인이 됐다.
배 안팎에서 발견된 승선원 20명 중 의식이 없던 이들이 끝내 숨지면서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생존자 7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선체 안에서 발견된 14명 중 11명이 숨졌고,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발견된 6명 중에는 2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선실에 있던 승객들이 선박 충돌의 충격으로 기절했다가 갑자기 물을 먹는 바람에 사망자가 많았을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해상 표류자 중 사망자보다 선실 내 사망자가 많은 이유를 뒷받침한다.
◇ "좁은 수로를 두 선박이 나란히 운항"…급유선 선장 긴급체포 = 해경은 이날 오후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해경은 인천항을 출발해 평택항으로 향하던 명진15호가 영흥도 인근 해역에서 낚싯배 선창1호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선장 전씨와 갑판원 김씨가 충돌 회피 노력이나 견시(망보기)를 소홀히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낚싯배와 급유선이 바다에서 충돌한 이유가 물이 빠지는 시간대에 폭이 0.2마일로 좁아진 진두항 남쪽의 좁은 수로를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지나다가 부딪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급유선이 낚싯배의 왼쪽 뒤(선미)를 강하게 충격했다"는 선창1호의 일부 생존자 증언과 선창1호의 파손 부위가 선미인 점으로 미뤄 뒤에서 낚싯배가 들이받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오후 사고 해역에는 크레인 바지선이 도착, 전복된 선창1호를 인양했지만 배 안에서 실종자 2명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은 조명탄을 사용해 사고 해역 주변에서 야간수색을 벌이고 있다.
해경은 사고가 난 낚싯배가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었고, 이날 출항도 정상적인 신고를 거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당시 구조된 승객들도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급유선 선장이 조사 과정에서 낚싯배가 가까운 거리에서 운항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날 오후 급유선 명진15호를 인천 북항 관공선 부두로 예인한데 이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는 4일 오전 인천해경 전용부두로 예인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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