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출항 6분 만에... 캄캄한 데서 갑자기 불빛 보이더니 '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출항 6분 만에... 캄캄한 데서 갑자기 불빛 보이더니 '쾅'

입력
2017.12.03 18:39
3면
0 0

급유선이 낚싯배 후미 들이받아

이른 새벽이지만 안개 끼진 않아

출항 전 해경이 주민증 확인

인원 점검하고 안전 교육도

사망자 11명 선내에서 발견

순식간에 배 뒤집혀 탈출 못한 듯

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선창1호가 인양되고 있다. 뉴시스
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선창1호가 인양되고 있다. 뉴시스

“출항해서 얼마 뒤에 갑자기 깜깜한 데서 뭐가 나타났습니다. 배 앞부분이 확보이더니 저희 가는 방향으로 왼쪽 선미를 들이 받았어요.”

3일 오전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사고 당시 바다에 빠졌다 구조된 서모(37)씨는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씨는 사고 당시 동생(35), 직장 동료와 함께 낚싯배 후미에 있다 사고를 당했다. 서씨와 일행들은 사고 약 1분 전 선박 후미 부분에서 배 모양의 불빛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생존자와 낚싯배 구조작업에 나선 어민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바다에 떠있던 낚싯배를 급유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배 뒷부분을 들이 받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13명이 숨졌고 2명이 실종됐다.

낚싯배 선창1호(9.77톤급)는 이날 오전 6시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해경에 정식신고를 한 뒤 출항, 낚시 포인트로 이동하던 중 진두항 남서쪽 약 1.85㎞ 해상에서 급유선 명진15호(336톤급)에 왼쪽 후미를 받혔다. 출항한 지 6분만이었다. 사고 당시 낚시객들은 선내에서 잠을 자거나 선수나 선미 부분에 나와 있었다. 해경이 구조에 나선 당시 선내에는 14명이 있었고 나머지 8명은 선미 등에 있다가 바다에 빠졌다.

서씨는 선창1호에 탔던 낚시객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입었고 술을 마신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선박 위성위치파악시스템(GPS) 등도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씨는 “이른 새벽이었지만 안개가 끼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었다”라며 “출항 전 해경이 주민등록증을 확인해 인원 점검을 하고 안전교육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어민들은 선창1호가 바다 위에 떠있다가 명진15호에 들이 받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천해경은 이날 오후 7시쯤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해 이들을 상대로 두 선박이 충돌한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사망자 13명 가운데 11명이 선내에서 발견되고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숨진 사망자가 2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사고로 탈출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해경 관계자는 “선창1호 선미 바닥 부분에 구멍이 크게 발생한 것을 보면 충돌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작업에 나섰던 한 어민도 “급유선 앞부분에 파도를 가르는 구조물이 있는데, 여기에 들이 받혀 구멍이 나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내에 있거나 바다에 빠진 낚시객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해경 구조세력이 이날 오전 6시 9분쯤 신고를 접수한지 33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으나 피해를 막지 못했다. 해경과 어민들은 사고 해역의 빠른 물살과 낮은 온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 사고 해역에서 떨어진 곳에서 생존자들이 발견됐고 구조된 낚시객들 대부분이 저체온증을 호소했다.

해경은 선장 오모(70)씨 등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해 이날 오후 4시 43분쯤 선체 인양을 마무리하고 내부 수색을 벌였으나 실종자는 찾지 못했다. 해경과 군은 이어 항공기 3대와 함정 20척 관공선 1척을 투입, 야간 수색에 나서 공군 120발, 해경 30발 등 총 150발의 조명탄을 투하했다.

이날 오후 사고 해역에서 인양된 선창1호는 바지선에 실려 이동해 4일 새벽 인천해경 전용부두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