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35%에서 20%로 축소
22% 수정 가능성 언급도
오바마 조항까지 폐지
두 마리 토끼 한꺼번에 잡은 셈
일자리 확대 효과 등 전망 불구
“10년간 재정 적자 1조弗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감세법안이 2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다. 하원에서 통과된 감세안과 조율하는 과정이 남아 있지만 가장 큰 고비였던 상원 문턱을 넘어 최종 입법까지 9부 능선을 넘긴 상황이다. 현행 35%의 법인세율을 20%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감세안은 향후 10년간 약 1조 5,000억달러(약 1,630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덜 걷는 엄청난 규모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31년만의 최대 감세다. 공화당은 감세에 따른 기업 경쟁력 강화, 국내 투자 확대 등 경제 성장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는 계획이지만,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해 각종 사회 안전망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상원은 11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거쳐 이날 새벽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가까스로 세제개편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 52명 중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였던 밥 코커 의원만 재정 악화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또 다른 반(反) 트럼프 의원인 제프 플레이크 의원은 지도부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상원 법안에는 오바마케어의 근간인 건강보험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바마케어 폐기를 시도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면서 취임 후 쟁점 법안 처리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기소로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 핵심 측근들로 더욱 옥죄는 상황에서 숨통을 트는 계기를 잡은 형국이다.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개인소득세 구간과 세율, 법인세 대신 개인 소득세가 부과되는 소상공인에 대한 세율 등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는 큰 골격은 동일하다. 다만 상원 법안은 정부 재정적자 충격 완화를 위해 1년의 유예를 둬 2019년부터 법인세를 인하한다. 양원협의회가 상ㆍ하원 법안을 병합 심사해 단일안을 마련한 뒤 상ㆍ하원에서 다시 통과 절차를 거쳐 입법이 마무리되는데, 올해 연말까지 완료하겠다는 게 공화당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율이 35%에서 20%로 낮아졌지만 22%가 될 수도 있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는 세수 감수를 우려해 최종적으로 법인세율을 수정할 가능성을 남겨둔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은 법인세 인하로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미 국내로 들어와 일자리가 크게 느는 등 경제 성장의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에 따른 추가 세수는 4,075억달러에 그쳐 10년간 재정적자가 약 1조달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대규모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결국 정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건강보험 등 사회안전망이 약화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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