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사실상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것으로 평가되고 미국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ㆍ축소를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이 북미 양국을 동시에 겨냥한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제재ㆍ대화를 병행하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6자회담 재개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일 사설을 통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은 중국을 희생양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먼저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국가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최대 무역국이자 안보리에서 수차례 북한을 변호했고 대북제재가 북한 인민을 겨냥해선 안 된다고 지적해왔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선의와 호의를 내팽개친 북한의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전날 왕양(汪洋) 부총리가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일본 공명당 대표에게 “과거 혈맹이던 북중관계가 핵 문제로 인해 대립관계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할 만큼 했다”면서 “중국은 안보리 결의 이행과정에서 북중관계에 손상을 입는 등 이미 대가를 지불했는데도 미국과 한국은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 채 모든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 제재와 함께 대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미국의 추가 독자제재 및 대북 원유공급 축소 압박을 염두에 둔 듯 “한반도 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이나 북한 모두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며 중국이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이 더욱 발전된 ICBM을 발사했다면 이에 대한 제재를 감수하는 건 당연하지만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무역ㆍ운송 금지와 고립은 잘못된 것이며 중국은 이에 협력할 의무가 없다”고 못 박았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의 대북 압박에 끌려가지도 않고 북한을 무조건 감싸지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극단적인 요청에 굴복하지 않고 독립적인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한 걸 보면 어떤 식으로든 6자회담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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