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법정시한 못 지켰는데”
시한보단 합의 성패 주력할 수도
“해 넘기기 고질병 재발” 우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2일)을 넘긴 가운데 향후 처리 시점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여야가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쟁점도 추려가고 있는 만큼 이번 주 안에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여야는 4일부터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원내대표가 내일 오전 10시 30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며 “여기서 마지막 합의를 시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별도로 조찬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국민의당을 향한 별도의 설득 작전도 병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이날 협상에서 극적인 합의에 이른다면 이날 예정된 본회의나 늦어도 7, 8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법정시한 내 처리가 무산된 만큼,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여야 모두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정처리 시한이라는 데드라인을 두고 협상에 올인했던 여야가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는 시간을 두고 각 당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킬 때까지 버티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예산안 협상 때도 여야는 원내지도부 간 잠정 합의 이후에 각 당 내부의 반대에 부딪쳐 역풍을 맞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장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때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무원 일자리 증원 합의와 관련해 추미애 대표와 장외 신경전을 벌인 전례가 있다. 더구나 추경에 이어 또다시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공무원 증원 문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양보의 여지가 가장 적은 지점이다. 반면 야당들은 지난 추경에 이어 공무원 증원을 예산안 협상 성패의 기준으로 여기고, 쉽게 물러서진 않을 태세다. 쟁점의 가짓수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여야가 이번 주를 넘겨 연말까지 예산안을 표류시키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이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예산안 처리를 1월 1일로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고질병을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 연말을 넘겨 예산안이 처리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런 상황을 가정해 두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특히 정세균 국회의장도 11일부터 열흘가량 멕시코 등 중남미 순방이 예정돼 있어 예산안의 이번 주 처리가 무산될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여당이 무리하게 연내 예산안 표결을 밀어붙였다가 부결돼 초유의 준예산 사태로 갈 가능성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